윤여철 현대차 사장 "파업요건 느슨하다"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8.06.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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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선 75% 찬성해야 파업...정치파업 비난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

윤여철 현대자동차 사장은 13일 금속노조와의 5차 대각선 교섭에 참석해 "파업요건이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윤 사장은 또 당장 실시 가능한 임금협상을 진전시키고 중앙교섭은 산별준비위원회를 통해 별도 논의하는 것이 해법이 될 것"이라고 회사 입장을 밝혔다.

윤 사장은 이날 울산공장 본관 1층 아반떼룸에서 열린 협상에서 "어제 교섭 때 조합원 총회중단을 요청했지만 결국 강행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서구에서는 조합원의 75% 찬성을 얻어야만 파업을 할 수 있는 반면 우리는 50% 찬성만 얻으면 파업할 수 있다"며 "절반의 조합원이 반대해도 파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느슨한 파업구조"라고 말했다.

윤 사장은 "올해 정치파업도 대우, 쌍용, 기아차는 참가하지 않아 결국 현대차와 조합원만 희생양이 됐다"며 "정치파업을 반대하는 조합원은 조합원대로 회사는 회사대로 고객과 국민들의 비난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사장은 "지난해 한미 FTA 정치파업 때도 그랬고 지난 10일 정치파업 때도 현대차와 조합원만 상급단체의 희생양이 됐다"며 "노조가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자동차산업은 사활을 건 전쟁을 펼치고 있다"며 "세계 자동차회사 중 정치문제와 노사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GM노사도 위기 타개와 1위 탈환을 위해 'One team One goal to The best'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노사가 합심 노력하고 있다는 것.


윤 사장은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하나도 없다"며 "금속노조와 현대차 지부는 지금부터라도 임금협상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또 "금속노조는 오로지 중앙교섭만을 주장하고 있지만, 산별의 원조인 서구 유럽을 보더라도 이는 거꾸로 가는 교섭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00년의 유럽 산별도 다각도로 유연한 교섭을 하는데 2년 차인 한국 산별이 일시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생각은 자칫 문제점과 부작용만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지금 현대차 상황에서는 당장 실시 가능한 임금협상을 진전시키고 중앙교섭은 산별준비위원회를 통해 별도 논의하는 것이 해법이 될 것"이라며 "노조는 심사숙고해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회사발전을 위한 교섭이 어떤 것인지 현명한 선택을 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와 금속노조와의 6차 대각선 교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노조는 오는 20일 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쟁의조정 신청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노사의 극적인 입장변화가 없는 한 차기 교섭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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