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1시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합의23부(재판장 민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고 있는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의혹 사건' 첫 공판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이 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모두진술에서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한 뒤 "지난 20년간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겨야한다는 신념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나 지금 와 돌아보니 제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는데 소홀했음을 깨달았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혹시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은 실무자들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모두 사실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법정에 선 사람(삼성 임원진)들이 잘못이 있다면 모두 내 책임 하에 일어난 일이니 선처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재판정에 도착하자 앞서 법정에 도착한 삼성전략기획실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등 나머지 7명의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모두 일어나 악수를 나누며 이 회장을 맞았다.
이 회장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변호인들과 재판과 관련된 의견을 나눴고 변호인들은 이 회장 등 삼성 측 관계자들과 기록물을 검토하며 변론 내용을 마지막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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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은 방청석을 가득 메운 채 진행되고 있으며 삼성 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의 변호인인 김영희 변호사 등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들도 재판정을 찾아 재판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앞서 짙은 회색 양복을 입고 변호인의 안내를 받으며 법원 청사에 도착한 이 회장은 13년 만에 법정에 출석하게 된 소감을 묻는 취재진들에게 "(국민들께)죄송할 따름이다"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를 지시했는지, 자신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거래로 양도차익이 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등 민감한 질문에는 고개만 저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조준웅 삼성특검팀은 이 회장에 대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편법 증여, 차명계좌를 통한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적용,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