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슬며시 '한일 해저터널 실체는'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6.2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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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대운하 대안인가? 설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내건 최대 공약인 대운하사업의 추진이 어려워지자 그 대안으로 한일 해저터널 건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일 해저터널은 일본이 경의선 등 북한 내 철도망과 TSR(유라시아횡단철도), TCR(중국횡단철도) 등을 거쳐 유럽 주요 국가들까지 육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거대 철로망 구축사업의 일환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이상득 위원을 비롯한 원로를 청와대로 초청해 조찬을 하는 자리에서 "국민이 싫어할 경우 대운하에 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쇠고기 파동으로 주도권이 완전히 국민에게 넘어간 상태에서 대통령의 최대 공약인 대운하 건설도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대통령이 대운하에 대한 미련을 버릴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11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이 많은 기대를 받고 출발했는데 너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서 "국민의 뜻과 무관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국정운영이 벽에 부딪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원 의원은 또 "국민의 뜻을 받드는 흔쾌한 선언이 필요하다"면서 대운하 포기 선언이 필요한 시점임을 주장했다.



야권에서도 연일 계속되는 성명서를 통해 대운하 포기 선언을 ‘공식화 하라’며 정부 및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한일 해저터널이 오히려 현실성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대운하가 국내 물류와 관광에 일부 기여하기도 하겠지만 대외 건설을 통해 이름을 남기자는 '업적 욕심'도 숨어있어 보이는데, 대운하가 사실상 힘들어지면서 그 대안으로 현실성 있는 한일 해저터널이 대안으로 제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문원 공주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의 대형 상징물을 만든 사람처럼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내고 싶어한다"면서 "그 대안이 바로 한일 해저터널을 뚫고 북한과 협력해 중국과 러시아로 통하는 육로 철길을 개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7월에 일본에서 열리는 G8(독일, 러시아,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 선진 8개국) 정상회담에서 일본 수상에게 해저터널을 제안하는 것이 좋다"면서 "공사비용은 인구수와 경제규모를 감안해 1(한국)대 3(일본)의 부담을 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수면 위로 슬며시 '한일 해저터널 실체는'


◆한일 해저터널의 깊은 역사

한일 해저터널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낡은 아이템이다.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지속적으로 거론된 한일 해저터널 구상은 지난해 초 고건 전 국무총리가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공약', 박근혜 후보의 '열차 페리 공약'에 맞서기 위해 내세우면서 다시 한번 회자됐다. 무수한 논란은 고 전 총리가 후보자 사퇴 이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한일 해저터널 추진은 사실 일본에서 더 적극적이다. 일본의 남단 규슈섬 가라츠에는 20여년 전 해저터널을 위해 500여m 가량 파들어간 흔적이 있다. 이미 일본은 국제하이웨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커다란 꿈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고이즈미 정부에서 법무대신을 지낸 노자와 다이조가 일한 터널연구회 회장을 맡으면서 더욱 힘을 보태고 있다.

이보다 앞선 1932년 일본은 경남 통영시 도천동과 미륵도를 잇는 483m 길이의 해저터널을 한반도에서 완공한 바 있다. 이 해저터널은 일본이 한반도와 연결되는 해저터널을 잇기 위한 사전 예행연습이라는 주장과 임진왜란 당시 왜구가 이순신 장군에게 완패한 당포해전의 전사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섬을 잇는 다리를 해체하고 바다 밑으로 연결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찬반 의견은 팽팽

지난해 초 사단법인 한일 해저터널 연구개발 세미나에서는 한일 해저터널이 놓여지면 한국의 동북아의 중심 국가로 발돋움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일본 측이 구상한 세계 최대의 해저터널에 자기부상열차를 다니게 하면 1시간 내 이동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한 터널연구회 측은 개통 후 15년이면 건설비가 회수될 만큼 사업성이 높은 프로젝트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해마다 더 나은 교통수단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제시하며 한일 해저터널 공사를 진행하고 싶어 한다.

국내 지일파 학자와 정치권도 꾸준히 한일 해저터널 건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일본이 대륙으로 수송하는 물류의 통관료와 이용료를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을 비롯한 다수의 반대론자들은 한일 해저터널의 건설이 일본에게만 이로운 행위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최종 종착지가 부산에서 일본의 도시로 바뀔 경우 잃게될 세계적 지명도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또 2003년 한국교통연구원의 '한일 해저터널 필요성 연구'에서 "해저 화산지대를 지나고 있어 사업성이 없다"고 결론냈다.

일본의 대륙진출만 돕는 꼴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일 해저터널을 통해 한국은 일본 만을 연결하게 되지만 일본은 해저터널을 교두보로 삼아 대륙 전체를 시장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문 무성, 투자자 고민

옛 부산시청 부지에 자리잡은 롯데쇼핑이 107층에서 120층으로 설계변경된 이유도 한일 해저터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한일 해저터널을 완공하게 되면 연간 약 3600만명의 왕래가 예상되는 만큼 규모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해운대 등 부산지역의 초고층 마천루에 대한 눈에 띄는 조건 완화는 정부가 수십년 동안 계획한 한일 해저터널의 밑그림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시민들도 최근 급변하는 부산의 변화상이 경남을 포함한 부산의 경제여건에 크게 앞서가고 있어 '한일 해저터널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하고 있다.
수면 위로 슬며시 '한일 해저터널 실체는'
게다가 6월 초 대우건설에서 시공하는 거가대교 해저터널 부문이 공개되면서 이미 한일 해저터널의 기술력을 증명한 상태다. 이날 선보인 침매공법은 해저터널 구조물을 육상에서 만든 뒤 바다에 가라앉히는 공법으로 해저터널의 신기원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임식 GK해상도로 사업단장은 "거가대교 시공 경험을 살려 한일 해저터널사업에 대비하겠다"라고 밝혀 앞으로 있을 해저터널사업을 염두에 뒀음을 시사했다.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쌓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에 한일 해저터널이라는 대형 SOC 사업은 가뭄속 단비다. 친기업을 표방하는 정부가 충분히 대운하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사업인 셈이다.

대규모 미분양이 난 부산의 아파트에 대한 투자를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72층 높이의 한 아파트 분양을 고려 중인 홍모 씨는 "한일 해저터널에 대한 소문 때문에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한일 해저터널이 결정되면 이 지역 아파트는 엄청난 가격 폭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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