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강력 긴축모드… 디커플링 붕괴

유일한 기자, 김유림 기자 2008.06.1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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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인플레 불안, 인도 깜짝 긴축-중국 3000 붕괴

세계 인구 2위의 인도가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한 전세계 중앙은행의 긴축 대열에 동참했다. 러시아와 브라질의 금리인상, 중국의 지급준비율 전격 인상에 이어 인도까지 강력한 긴축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21세기 들어 세계 경제성장의 핵심 엔진 역할을 했던 이들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긴축으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짙은 먹구름이 추가됐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브릭스 중심의 이머징마켓은 그동안 높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선진시장과 다른 차별적인 움직임(디커플링)을 보였다. 선진시장을 지지하는 버팀목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성장보다 인플레를 더 의식하면서 오히려 세계 경제와 시장에 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도 선제적 긴축..중국 3000 이탈 등 증시 동반 급락
인도 중앙은행인 리저브뱅크오브인디아(RBI)는 11일 기준금리인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7.75%에서 8%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도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15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오는 7월29일 회의를 앞두고 미리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선제적인 통화 긴축의 전형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도는 13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인플레이션 덕분에 큰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다.

HSBC의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프리어 원데스포드는 "인도의 인플레이션율이 두자릿수를 향해 가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이를 무시하기란 힘들다"면서 "인플레이션은 인도에서 미묘한 정치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와 과잉유동성 억제를 위해 지급준비율이 1%포인트나 인상된 충격으로 중국 상하이 증시는 12일 마침내 3000선을 이탈했다. 5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7.7%로 전달 8.5%에서 다소 낮아졌지만 물가 급등의 공포를 해소하지는 못했고 주식 '투매'가 이어졌다. 금리인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물가를 억제하기 위한 위안화절상 기조에 따라 급증하는 '핫머니'의 유입은 중국 금융시장의 또다른 불안요인으로 등장했다.

중국은행(BOC)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플레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다우지수가 11일 1.7% 하락한 영향까지 가세해 아시아증시는 이날 2% 넘는 급락세를 보였다.

◇브릭스 긴축, 세계 경제에 암운
두 자릿수 전후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과시하며 미국과 유럽 경기 침체의 공백을 메워주었던 이들 브릭스 국가들이 예상치 않은, 고강도의 긴축정책을 단행하는 상황이다. 사상최고의 유가와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 위험이 중앙은행의 목표치가 통제권을 벗어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리인상은 경제성장 모멘텀을 떨어뜨리게 되고, 이는 결국 글로벌 성장 동력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저임금을 바탕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값싼 제품을 공급해왔던 친디아(중국과 인도) 경제권의 고물가는 글로벌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키고있다.

주요 기관의 경제성장 전망은 뚝 떨어지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3.7%에서 2.7%로 크게 낮추었다. 중국은 11.9%에서 9.4%로, 브라질은 5.4%에서 4.6%로, 러시아는 8.1%에서 7.1%로 각각 조정했다.

◇스태그플레이션 근심도 깊어져
미국 신용경색에 이은 유가 급등 충격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하루도 중단되지 않고 있다. 유가와 식료품 가격 급등이 지속되면서 이머징시장의 디커플링 희망도 사라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 혼란의 피난처를 하나 둘 잃는다는 의미다. 와코비아의 제이 브라이슨 전세계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브릭스는 경기둔화를 잘 견뎌온 지역이었다. 그러나 연이은 고강도 긴축은 브릭스 스스로는 이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제는 예외 없이 투자자들이 인플레와 경기둔화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들은 앞다퉈 성장을 버리고 물가를 정책의 우선순위로 올렸다. 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스탠더드 차타드의 수치타 메타 이코노미스트는 "한달 전만해도 중앙은행들은 물가보다 성장에 역점을 두는 고민을 했다. 그러나 유가 급등에 따라 인플레와의 전쟁이 급하게 우선순위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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