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쌓여가는 현금, 지주사 회피용?

더벨 김용관 기자, 박홍경 기자 2008.06.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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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잔액 1년만에 471% 급증…단기차입으로 자산 늘리기

이 기사는 06월12일(15:3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SK C&C에 현금이 쌓여가고 있다. 용처가 뚜렷하지 않은 현금을 대규모로 조성하기 위해 기업어음(CP) 등을 통한 단기차입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SK C&C의 이 같은 행보가 법적인 지주회사 요건을 피하기 위한 재무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 C&C의 차입금 규모가 지난 3월말 현재 1조18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706억원보다 151% 늘었다. 이 가운데 단기성 자금인 CP 발행이 과도하게 늘어난 점이 주목된다. CP 잔액은 지난해 1분기말 1400억원에서 1년만에 471% 급증한 8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차입금 중 CP가 차지하는 비중이 29%에서 68%로 늘어난 셈이다. 단기차입금 규모가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재무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재무안전성 위협에도 불구하고 단기 차입 비중을 확대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에선 SK C&C의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회사의 지분법평가액이 총자산의 50%를 넘어가게 되면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SK C&C의 총자산 대비 자회사 지분가치의 비율은 지난해 1분기 45.58%에서 2분기 46.98%까지 높아졌다. 이같은 추세는 3분기 47.48%로 이어지다 4분기에 42.02%로 뚝 떨어졌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지분법 평가액은 1조471억원으로 총자산(2조4112억원)의 43.43%를 기록 중이다.
*차입금은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 사채의 합<br>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투자자산의 합*차입금은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 사채의 합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투자자산의 합


현재 SK (207,000원 ▼12,000 -5.5%)그룹의 지주회사는 SK홀딩스다. 만약 SK C&C가 이 같은 요건을 충족, 지주회사가 되면 2개의 지주회사가 공존하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회사의 지분법 평가액이 총자산의 50%를 넘어가게 되면 공정위에 신고해야 된다"고 전제한 후 "설사 2개의 지주사가 존재하더라도 법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SK C&C의 그룹 내 위상이다. SK C&C는 지주사인 SK홀딩스의 지분 28%를 보유하고 있는 SK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5%의 지분을 보유, '최태원-SK C&C-SK홀딩스-자회사'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권의 핵심이다.

지주사 전환시 금융당국의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SK그룹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지주사가 되면 부채비율 200%, 자회사 지분 확보 등 다양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 현재 SK C&C는 SK그룹의 지주회사 체제에 편입되지 않고 단순히 SK홀딩스의 법인 대주주로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SK그룹의 지주회사는 SK홀딩스가 계속 차지할 것"이라며 "SK C&C가 지주사가 되기 위해선 SK텔레콤 등 이해당사자의 승인을 받아야 되는 등 복잡한 절차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SK C&C가 대규모 차입을 통한 현금보유 전략을 활용,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즉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인 SK를 비롯한 자회사 지분을 처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분모인 자산을 늘리는데 부채가 활용되고 있는 말이다.

SK C&C의 분기말 현금과 자산, 차입금 등의 항목을 비교해보면 이 같은 추이가 확인된다.

지난해 2분기 총자산 대비 지분가치 비율은 46.98%(총자산 1조5351억원, 지분법 평가액 7212억원)를 기록했다. 당시 CP잔액 1200억원을 포함해 차입금은 5102억원, 현금은 1099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이때부터 SK C&C의 차입금 비중은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3분기 말 기준으로 차입금은 전분기보다 2000억원 가량 늘어난 7027억원, 현금은 2250억원 늘어난 3346억원을 나타냈다. CP 잔액도 1200억원에서 3500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3분기 들어 SK로부터의 지분법 손익 증가에 힘입어 지분법 평가액이 9324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이 비율이 47.48%로 전분기 수준을 뛰어넘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SK C&C는 보다 적극적으로 차입 규모를 늘리게 된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말 현재 차입금 규모는 1조1822억원, CP 잔액은 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같이 CP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평가업계에서는 단기조달 비중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K C&C가 지난달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도 CP 차환을 위한 것으로 풀이되나 단기 자금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 단기 차입 비중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는 "현금이 부족한 상황도 아니고 실탄을 마련할 뚜렷한 이유가 없는 가운데 차입을 늘려 현금을 늘려가고 있다"며 "지주사 전환 비율을 조정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차입 조달한 자금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는 이 같은 행위는 지분법적용주식을 처분하지 않는 한 되풀이될 전망"이라면서 "단기적인 자금과부족이 아닌 고정수요를 CP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SK C&C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2002년부터 3단계 성장 전략을 시행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3번째 단계가 시작된다"며 "다음 단계 성장을 위한 수요자금 확보 차원에서 차입금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울러 최근 불안정한 금융시장에 대비해 자금을 여유있게 끌고 가려는 판단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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