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은 추가협상, 내용은 재협상?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08.06.1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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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실질적인 내용 포함한 추가협상 나설 것"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13일 방미 쇠고기 문제 논의
-통상국가 신뢰도 등 고려 "재협상 없다"
-美정부 보증 단계별 수입, 통상규범 어긋나 힘들듯

형식은 추가협상, 내용은 재협상?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은 "오는 13일 미국을 방문해 쇠고기 추가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김 본부장은 현재 방미 중인 쇠고기 한국 대표단과 함께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을 만나 쇠고기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장관급 회담이다.

국민들의 촛불시위가 한 달여 가량 계속되고 있고 촛불시위로 국정혼란이 불거지며 내각·청와대 수석의 일괄사의 등이 이어졌지만 정부는 재협상은 없다는 답변만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협상(re-negotiation)과 추가협상(additional negotiation)은 어떻게 다를까. 왜 정부는 국민의 '재협상' 요구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추가협상에 나선다고 밝힌 것일까.

재협상은 이미 양국간 양해각서(MOU) 형태를 거친 협정문을 모두 부정하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반면 추가협상은 이미 합의한 기본내용을 건드리지 않은 채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다. 추가협상은 협정문에 대한 수정은 하지 않은 채 협정문에 딸린 부속서에 일부 내용을 추가하는 형식이다.


넓게 보면 추가협상 역시 재협상의 하나로도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협상이 타결된 이후 기존의 타결 내용을 구체화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지 못한다고 밝힌 이유는 우선 국가의 신뢰도 문제 때문이다.

우리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일방적으로 막으면 미국은 우리의 주력수출품인 휴대전화와 철강, 자동차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도 있다.

이번 협상뿐만 아니라 향후 전개될 각종 협상에서 협상 상대국이 한국의 '신뢰도'를 언급하며 협상단계에서부터 무리한 요구를 해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재협상을 하게 되면 현재 쟁점인 월령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문제뿐만 아니라 특정위험물질(SRM), 도축장 승인권 등 협정문의 각 조항에서 새로운 논의가 불거질 수 있어 정부이 입장이 난감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정부는 재협상이 아닌 '실질적 내용'이 포함된 추가협상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재협상의 틀을 따르지 않지만 내용상으로는 국민의 우려를 반영,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한국 대표단이 추진해온 한미 양국 민간업체간 월령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단계적 수입과 미국 정부의 문서보증 방식은 정부의 관여로 국제통상규범에 어긋나는 점이 있어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다"며 "국민들의 우려를 반영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으며 책임 있는 통상국가로서 제안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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