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투자·고용 문제지만 너무 앞선 얘기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6.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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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한나라 정책위의장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제기한 '경제위기론'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는 반응이다.

국제수지 적자, 단기외채 증가 모두 껄끄럽긴 하지만 '위기'를 거론할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다만 정부의 획기적인 대응 없이는 최근의 기업 투자 부진과 고용 부진 등이 구조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데에는 전문가들도 의견을 같이 했다. 정부가 결단을 통해 최근의 정치·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고 성장 동력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 의장이 "외환위기 때 나타났던 현상들과 유사한 현상이 보인다"며 경제위기론을 제기한 근거는 크게 3가지다. 국제수지 적자, 단기외채 급증, 투자 및 고용 부진.

우선 국제수지 적자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가 핵심이다. 지난 4월 경상수지는 15억6000만달러 적자였다.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연속 적자다. 2월 23억5000달러에서 3월 1억1000만달러로 적자폭이 줄어드나 싶더니 4월에 다시 늘어났다. 유가급등으로 수입금액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상수지가 70억∼80억달러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아직 '위기'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적자이긴 하지만 규모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수년간 만성적으로 쌓였던 외환위기 직전과는 다르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등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단기외채도 불안한 조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외환위기 직전 양상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잔액은 2005년말 659억달러에서 지난해말 1588억달러로 급증했다.

단기외채가 전체 외채 가운데 40% 이상을 차지한다. 4월말 외환보유액 2605억달러과 비교하면 60%가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단기외채의 성격이 외환위기 때처럼 심각하진 않다. 외환위기 직전에는 종금사 등 국내 금융사들이 단기외채를 끌어와 장기로 대출하면서 ‘미스매치'(기간 불일치) 문제를 초래했다.

반면 지금은 수출 호황 속에서 기업들이 달러화로 받을 수주대금을 선물환으로 먼저 내다 팔고 이 선물환을 은행들이 사들이기 위해 외화를 빌려온 것이 단기외채의 대부분이다.

기업들이 수주대금을 미리 파는 이유는 최근 환율 변동이 심해 환율 등락에 따른 손실을 회피(헤지)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어차피 기업들이 훗날 받을 달러화를 근거로 선물환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외채는 크게 우려할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 시각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채 비율로 봐도 우리나라는 35%로 영국(425%), 독일(148%) 등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대개 자본거래가 자유화된 금융선진국들은 GDP 대비 외채 비율이 높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외채의 성격이 외환위기와는 다르다"며 "순수하게 경제적인 의미에서는 위기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임 정책위의장이 경제위기의 마지막 근거로 꼽은 투자 및 고용 부진은 구조화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신규 고용의 경우 올들어 3∼5월 석달 연속 20만명을 밑돌았다. 기업투자 촉진을 위한 정부의 과감한 규제완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허 본부장은 "투자 및 고용 부진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국민적 요구 아래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는데 최근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인해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사회적 불안이 심해지면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하려는 각종 이익집단들이 나올 수 있고 지하경제만 잘 돌아갈 뿐 양성적인 경제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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