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에 제동 걸린 'MB노믹스' 어디로?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6.12 10:46
글자크기
-공기업 민영화 하반기로
-대운하는 기약 없어
-감세.규제완화 일정 차질도 예상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민심'에 제동이 걸려 'MB노믹스'의 궤도를 선회하고 있다. '성장 드라이브' 정책을 고수해오다 '쇠고기'와 '고유가'라는 이중 난관에 부딪혀 추진 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1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기업 민영화와 대운하를 후순위 과제로 미루고 민생안정 대책에 전념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지금 상태에서 정부가 계획한 대로 밀어붙일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민심의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서 논란이 될만한 정책은 일단 '스톱'한 뒤 정국이 안정된 후 재논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우선 상반기 최대 핵심정책이었던 공기업 민영화는 올 하반기로 미뤄졌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일정대로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7월 이후로 연기하기로 당정간에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공기업 개혁 로드맵을 발표하려다 이달 중으로 발표 시점을 미뤘고 또 다시 7월 이후로 연기한 것. 재정부의 한 간부는 "일단 공기업 개혁 과제를 연기했지만 9월 정기국회 일정에 맞춰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목표는 달라지지 않았다" 빠르면 7월 중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나 정국 상황에 따라서는 7월에도 발표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공기업 개혁은 이해관계가 달린 사람들이 많아 추진 과정에서 논란과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 정부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제2의 청계천 신화'를 기대하며 강하게 밀어 붙였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무기한 연기됐다. 대운하는 자칫 제2의 쇠고기 파동과 같은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는 극히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마련한 감세를 핵심으로 한 세제개편과 규제완화도 원안대로 추진될지 미지수다. 특히 부동산세제 개편이나 대기업에 유리할 수도 있는 규제 완화에 대해선 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가구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는 부자를 위한 정책으로, 금산분리 완화는 재벌을 위한 정책으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누가 부동산 문제를 건드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환율정책도 고민이다. 고유가 여파로 소비자물가가 4.9%까지 치솟는 등 물가 불안정이 '핫이슈'로 등장하면서 성장을 위한 고환율 정책을 포기하고 인위적으로 환율을 끌어내려야 하는 이율배반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환율당국자는 "환율을 임시변통식으로 막아 놓고 있는데 2~3년 후 우리 경제에 그대로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여건이 장기적인 포석 보다는 근시안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MB노믹스'의 원칙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대세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12일 '서민생활과 물가안정을 위한 경제장관회의'에서 "성장을 통한 공급능력 확충이 이뤄질 때 물가안정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물가잡기와 서민생활 안정대책에 치중하겠지만 정국과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성장정책에 재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강 장관은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성장 동력 확충은 감세와 규제완화 등을 통해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MB노믹스의 요체를 프로젝트로 보느냐, 정책 방향으로 보느냐에 따라 시각이 달라질 수 있지만 저항이 별로 없는 감세와 규제완화는 일정대로 추진하면서 대운하와 공기업 개혁은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고 진단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