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엔진' 브릭스 긴축, 세계경제 암운

유일한 기자, 김경환 기자 2008.06.1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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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필리핀·인니등 이머징국가도 금리인상 대열

-브라질 러시아 중국 이어 인도도 긴축에 합류
-브릭스 인플레·금리인상은 세계 성장 동력 훼손
-중앙은행, 성장보다 물가가 우선순위


세계 인구 2위의 인도가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한 전세계 중앙은행의 긴축 대열에 동참했다. 러시아와 브라질의 금리인상, 중국의 지급준비율 전격 인상에 이어 인도까지 예상 밖 금리인상으로 강력한 긴축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21세기 들어 세계 경제성장의 핵심 엔진 역할을 했던 이들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긴축으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짙은 먹구름이 추가됐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인도 인플레 심각, 선제적 긴축
인도 중앙은행인 리저브뱅크오브인디아(RBI)는 11일 기준금리인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7.75%에서 8%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도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15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오는 7월29일 회의를 앞두고 미리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선제적인 통화 긴축의 전형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도는 13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인플레이션 덕분에 큰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다.

HSBC의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프리어 원데스포드는 "인도의 인플레이션율이 두자릿수를 향해 가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이를 무시하기란 힘들다"면서 "인플레이션은 인도에서 미묘한 정치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리먼브러더스, 스탠다드차타드, ICICI증권 등은 인도의 인플레이션율이 1995년 이후 최고치인 9.5%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인도의 인플레이션율은 8.24%로 4년래 최고치다.


지난 5월에는 브라질이 소비자 물가가 3년래 최고치로 오르자 갑자기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브릭스 동반 긴축 모두, 세계 경제에 암운

두 자릿수 전후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과시하며 미국과 유럽 경기 침체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주었던 이들 브릭스 국가들이 예상치 않은, 고강도의 긴축정책을 단행하는 상황이다. 사상최고의 유가와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 위험이 중앙은행의 목표치가 통제권을 벗어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리인상은 경제성장 모멘텀을 떨어뜨리게 되고, 이는 결국 글로벌 성장 동력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저임금을 바탕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값싼 제품을 공급해왔던 친디아(중국과 인도) 경제권의 고물가는 글로벌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키고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 혼란의 피난처를 하나 둘 잃는다는 의미다. 와코비아의 제이 브라이슨 전세계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브릭스는 경기둔화를 잘 견뎌온 지역이었다. 그러나 연이은 고강도 긴축은 브릭스 스스로는 이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제는 예외 없이 모두가 인플레와 경기둔화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브릭스 뿐 아니라 다수의 이머징국가가 금리인상 등 긴축에 나선 상황이다.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이달 금리를 인상했다.

클리브랜드에 위치한 알레전트 인터내셔널 에퀴티 펀드의 마틴 슐츠 펀드매니저는 "미국과 유럽이 심한 경기하강 국면에서 이머징 국가들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면 세계 성장이 잘 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신용경색에 이은 유가 급등 충격에 따라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하루도 중단되지 않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3.7%에서 2.7%로 크게 낮추었다. 중국은 11.9%에서 9.4%로, 브라질은 5.4%에서 4.6%로, 러시아는 8.1%에서 7.1%로 각각 조정했다. 인도는 7% 성장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계 중앙은행, 이제는 성장보다 물가가 우선순위
인도의 금리인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를 비롯한 상품 가격, 식료품 가격 상승이 멈추지 않는다면 중앙은행들의 긴축 러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이머징마켓 구분이 없다.

골드만삭스는 인도 중앙은행이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준율도 0.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았다. RBI는 최근 2년반 동안 기준금리를 8번 인상했다. 지준율은 2006년12월 이후 7차례 올렸다.
지난 4일 연료 가격 인상 발표는 오는 20일 발표되는 물가 자료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물가는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이슈다. 인도의 치솟는 물가는 만모한 싱 총리의 인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덩달아 집권당의 인기도 악화되고 있다.

싱은 의회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무엇보다 물가를 잡는게 중요하다.

자예시 슈로프 SBI자산운용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은 인도 중앙은행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고강도 긴축을 지속하며 물가 잡기에 올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준율을 1%포인트나 올린 인민은행이 대출금리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시간을 지나며 힘을 얻고 있다.

뭄바이에 위치한 스탠더드 차타드의 수치타 메타 이코노미스트는 "한달 전만해도 중앙은행들은 물가보다 성장에 역점을 두는 고민을 했다. 그러나 유가 급등에 따라 인플레와의 전쟁이 급하게 우선순위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물가를 의식한 긴축은 증시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전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세로 전환한 중요한 배경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인민은행의 지준율 1%포인트 인상에 전날 장중 3000선을 이탈하기도 했다. 주가급락은 유권자들의 재산 손실을 의미한다. 중앙은행 수장뿐 아니라 정치인들의 머리가 매우 복잡해진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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