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비너스 조각상이 춤을 추네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8.06.1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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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세계]살아있는 미술관 강성모 대표

어, 비너스 조각상이 춤을 추네


비너스 조각상이 S라인을 뽐내며 춤추고 모나리자가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짓는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살아있는 미술관'에 가면 명화 속 인물들이 움직이며 이야기를 건넨다.

세계에서 유일한 움직이는 미술관을 만든 강성모(42·사진) 대표는 이를 문화기술(CT) 산업의 집결체라고 소개했다. "서양의 원본에 국내의 IT기술을 덧입혀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작품 뿐 아니라 기술도 해외로 수출할 수 있죠."



이런 아이디어를 내기까지는 풍부한 기획 제작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그는 삼성에버랜드 엔터테인먼트 팀에서 10여 년간 일하면서 조용필 이승환 패티김 등 쟁쟁한 가수들의 단독콘서트를 57회 제작한 경험이 있다. 1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대형공연과 기획전시회도 맡았다.

특히 그가 참여한 가수 비의 월드투어 콘서트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만드는 전환점이 됐다. "당시 소비자의 욕구는 고려하지 않고 '비'라는 한국의 유명 콘텐츠를 할리우드 시스템으로 잘 포장하는데 급급했습니다. 결국 먹혀들지 않았죠. 한류가 해외에 정착하려면 전 세계의 보편적인 문화와 결합돼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는 명화(名畵)에 우리나라의 경쟁력 있는 기술을 접목시킨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감과 아이디어 하나로 휴대폰 음성인식기술, 애니메이션 입체영상 제작기술을 보유한 17개 벤처기업을 불러 모았다. 이어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진행했다.

"제일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스토리를 부여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림이 만들어질 당시 시대적 분위기와 의도를 재미있게 표현하기 위해 영화 시나리오 작가를 영입했습니다. 또 그림이 어떻게 읽혀지는지 평가도 중요했기 때문에 미술비평가와 미술사학 교수들의 감수를 받기도 했죠."

미술관을 준비하는 데 총제작비만 47억 원이 들었다. 실패를 무릅쓰고 과감히 투자한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3개월 만에 15만 명 정도 다녀갔습니다. 올해 매출 목표는 60~70억원이었는데 해외 반응이 뜨거워 라이선스 수출을 포함해 100억 정도는 가뿐히 벌어들일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미술관은' 올 11월 네덜란드와 기술협력을 맺고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다. "앞으로 동양미술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넓혀갈 생각입니다. 창의성과 기술만 있다면 콘텐츠의 교체나 업데이트로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합니다. 해외 미술관의 작품을 IT화하는 사업도 추진해서 글로벌 회사로 육성시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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