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R&D 투자 확대 및 신약 연구개발 집중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등 제약환경 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자체 신약개발이 향후 글로벌 경쟁에 따른 회사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임을 예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BT(바이오), IT(정보통신), NT(나노기술)의 지속적인 발전과 융합으로 약물설계 단계에서 컴퓨터를 이용했다. 이에따라 어떤 물질이 유망한 약물이 될지를 예측하는 분자설계 기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번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약효가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구조를 제시했으나 채택되지 않아 밤잠을 설치던 때가 있었다. 그 구조가 눈에 아른거렸고 꼭 성공할 것 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후 1년쯤 지났을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외국 대형제약사에서 우리가 설계했던 것과 유사한 구조를 합성하여 특허를 발표한 것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신약 개발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자체적인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도 없었을 뿐 아니라, 그럴만한 변변한 기술력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손에 쥔 조약돌이 보석 원석임에도 불구하고 평가능력이 부족하여 자갈처럼 버려지게 된 안타까운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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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계기가 되어 회사 내에서 분자설계의 가능성이나 필요성이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했고, 이제 컴퓨터를 이용한 예측기술은 연구기간을 단축하고 실제 실험의 횟수를 감소시킬 수 있는 기술로서 신약 탐색연구에 있어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분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혁신적인 신약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합성된 신물질의 약효를 평가하기 위한 시험방법을 자체적으로 확립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몇 해 전 약효검색을 담당하는 한 연구원이 신규 약효검색법을 확립하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몇 달 동안 이렇게 저렇게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성과가 없어 풀이 죽어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른 아침부터 실험실이 분주하더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밤 꿈에 연구노트의 특정 부분 글씨가 자꾸만 큼직하게 보이더란다.
일찌감치 출근하여 긴장된 마음으로 꿈에서 보았던 부분의 실험조건을 바꿔보았더니 놀랍게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꿈에서도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에게 하늘이 내린 보상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때로는 균이 없는 청정상태에서 진행해야 하는 실험도 있다. 무균실을 출입할 때는 반드시 샤워를 하게 되어 있는데, 실험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무균실을 드나들어야 하는 담당자가 잦은 샤워로 인한 피부 건조증으로 가려움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혁신신약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먼저, 보다 빨리, 보다 우수한 약효를 가지는 신물질을 도출해 내야 한다. 따라서 늘 경쟁사들의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지만, 특허가 출원되어 공개되기까지 18개월이라는 기간이 있으므로 완벽한 동향 파악이란 있을 수 없다.
한번은 독창적인 구조를 설계하고 신물질을 만들었는데, 그 우수한 약효에 연구팀은 열정적으로 연구에 몰입하였고 마침내 특허를 출원하기에 이르렀다. 시간이 흘러 출원한 특허에 대한 기억이 아스라해질 무렵 한 연구원이 경쟁사의 새로운 특허를 보고 사색이 되어 달려왔는데 그 구조가 우리가 연구했던 것과 매우 유사하였다.
다행히도 우리의 특허 출원일이 한달 가량 빨랐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늦게 연구가 완성되고 특허출원이 지연되었다면 몇 년 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는 신약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가끔 경험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혁신신약을 도출하는 일은 많은 아이디어와 창의력뿐 아니라 연구에 대한 남다른 노력과 열정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