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3가지 패착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8.06.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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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용광로로]

-인사가 망사..강부자·고소영 파문
-미국 쇠고기 부실 협상
-친이 VS 친박 밥그릇 싸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출범 100일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7%대로 떨어졌다. 민심의 냉정한 심판이다. 현 정부는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처럼 민심의 외면을 받는 것일까. 크게 3가지 패착을 꼽을 수 있다.

◇인사가 만사인데…=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은 '강부자(강남 땅부자)'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S라인(서울시청 출신)' 등 웃지못할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장관 후보자들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을 때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는 아니다"(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 "유방암이 아니라 감사하다며 남편이 오피스텔을 한 채 사줬다"(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 등 일반인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해명으로 민심을 더욱 악화시켰다.

특정 권력의 인사 전횡도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런 점에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권력 사유화' 비판은 언젠가 한번은 터져야할 시한폭탄이었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휘두르는 인사 권력과 관련해서는 '만사형통'(萬事兄通)'이란 빈정거림도 나왔다. 만사형통이란 '모든 일은 형으로 통한다'는 뜻이다.



민심은 이명박 정부 사람들에 대해 '잘난 너희들끼리 잘들 해봐라'는 식의 냉소를 보내왔다는 점에서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의 일괄 사의 표명은 한번은 거쳐야할 과정이었다. 다만 촛불로 집결된 민심이 차기 인사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2일 이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에서 "(인적쇄신에서) 재산 문제도 염두에 둬 달라"고 당부했다. 출처도 불투명한 재산을 너무 많이 가진 인물의 등장으로 민심이 이반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고언이었다.
하지만 벌써부터 민심은 '이번 내각은 명세빈'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명세빈'이란 '명확하게 세 가지가 빈약한 인물'이란 뜻. 세 가지란 돈과 지연(영남), 교회 출신을 말한다.

◇'나를 따르라'는 식의 쇠고기 협상= 지난 4월18일에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은 촛불 민심을 촉발시킨 도화선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는 축산농가가 입을 피해에 대한 우려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점차 검역주권과 건강권 문제로 확산되며 범국민적 반발을 낳았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쇠고기 협상을 "갈택이어(渴澤以魚)"라 통탄했다. 연못을 말려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을 때 쓰는 말이다.

쇠고기 협상 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청와대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입장만 반복했고 이 대통령도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민간업자들이 수입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안일하게 접근해 화를 키웠다. 정부와 여당은 더 나아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에 대해 배후가 있다는 식의 문제제기로 민심에 불을 질렀다.

◇이 와중에 그들만의 집안 싸움= 국민들은 정부를 못 믿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데 여당인 한나라당은 계파싸움에만 몰입하는 '꼴불견'을 연출했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형성된 한나라당내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간 대립구도는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됐다.

특히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갈등을 보는 민심은 냉담했다. 친박 인사들을 내칠 때 '이명박 정부는 못됐다'는 생각이 들었고 친박 인사들이 사사건건 이 정부의 발목을 잡는 듯 보일 때는 '이제 좀 그만해라'는 지겨움을 느꼈다. 친박 인사들의 복당 문제로 시끄러울 땐 '나라가 이 꼴인데 복당이 대수냐'는 노여운 감정마저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정치력도 도마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복당 문제와 관련, 포용의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계파 문제가 심각한데도 직접 나서지 않고 여러 채널을 통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간접 접촉해 오히려 오해와 불신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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