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응집된 촛불민심 '민주주의 2.0'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08.06.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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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용광로로]'쌍방향' 디지털 시대, 온라인 참여가 오프라인 실력행사로 발현

온·오프 응집된 촛불민심 '민주주의 2.0'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촛불문화제가 한달 넘게 지속될 수 있었던 것도, 6.10항쟁 21주년을 맞이한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 50만명의 인파가 운집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온라인의 힘'에서 비롯됐다.

시위현장은 인터넷이나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시위현장의 인터넷 생중계는 '정보의 동시성'을 실현했다. 그리고 그 힘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지난 10일 시위현장에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측이 "이 시간 청와대 홈페이지에 몰려가 국민의 힘을 보여줍시다"라고 호소한지, 몇 분 후 청와대 홈페이지는 접속폭주로 다운돼 버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위가 동시에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던 시위는 구시대 유물이 됐다. 대신 촛불을 들고 노래를 부르고 토론을 하는 집회문화가 형성됐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의 힘'은 시위문화까지 바꿔버렸다. 온라인 생중계를 보는 감시자(?)들이 워낙 많다보니, 폭력시위자와 폭력경찰이 발디딜 틈도 없다. 자연스럽게 '비폭력' 시위가 이뤄질 수 있는 이유다. 그 뿐 아니다. 온라인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소통' 공간으로 정착됐다. 그 '소통'의 공간은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며 우리 사회를 '민주주의2.0'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온라인 여론, 누가 주도하나



네티즌들은 미디어다음의 '아고라' 토론장을 '온라인 명동성당'이라고 부른다. 촛불문화제를 촉발시킨 곳이기도 하고, 이명박 대통령 탄액서명이 발의된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다음 '아고라'는 살아 꿈틀대는 곳이다. 하루에도 수천개씩 의견이 쏟아지고, 그런 의견을 읽기 위해 하루 100만명이 넘게 접속한다.

때론 과격한 의견이 여과없이 분출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스스로 정리된 의견을 올리려고 애쓴다. 아고라에 올린 의견들은 네티즌 지지도에 따라 사이트 전면 노출여부가 가려진다. 찬반투표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지지를 많이 받은 정보는 더 많이 읽히고, 지지받지 못한 정보는 뒤로 묻힘으로써 여론의 향배가 결정되는 셈이다. 마치 고대 그리스시대의 아크로폴리스를 연상시킨다.

1인미디어의 위력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누구나 클릭 몇번으로 개인 인터넷방송을 개설할 수 있도록 된 '아프리카'. 10일 하루동안 아프리카에 개설된 생중계 방송은 무려 1357개. 지난 5월 25일부터 6월 10일까지 '아프리카'에 접속해 시위현장 생중계를 시청한 네티즌은 775만명에 이르렀다. 시위현장에 모인 인파보다 인터넷으로 사이버 시위에 나선 사람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개인 인터넷방송은 노트북과 웹캠 또는 캠코더만 있으면 된다. 편집과정없이 촛불집회 현장을 와이브로를 통해 실시간 전송된다. 온·오프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더 매력적이다.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블로거들이 전달하는 광우병 정보와 촛불문화제 소식은 여느 언론사보다 더 빠르다. 또, 블로그 정보는 블로그 포털인 메타블로그사이트와 포털블로그를 통해 빠르게 공유된다. 국내 최대 메타블로그사이트인 '올블로그'에선 지난 5월초 '미 쇠고기 파동'과 관련된 글이 핫이슈로 부각되면서 이를 보려는 네티즌의 접속폭주로 다운되는 사태까지 발생한 바 있다.

◇온·오프 선순환 소통구조가 '민주주의2.0'

거리의 촛불문화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는 저항운동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온라인 공간에선 촛불달기, 배너달기, 청원운동 등 연일 새로운 행동이 표출된다. 청와대 홈페이지 접속폭주로 다운시키기, 보수언론에 광고중단을 위한 집단행동, 촛불문화제 우호언론 구독하기 등 온라인에서 형성된 네티즌 여론은 곧바로 오프라인 실력행사로 이어진다.

실제로 보수언론에 광고를 실었다가 네티즌 항의로 광고를 중단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심지어 홈페이지에 사과공지까지 낸 기업도 있었다. 반면 현 정부에게 저항하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온라인 동호회를 중심으로 돈을 모아 응원광고를 싣기도 했다.

촛불문화제를 계기로 분출된 '네티즌의 힘'은 오프라인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사회참여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디지털 시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소통방식을 선순환시키며, 우리 사회를 바야흐로 '민주주의2.0'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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