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새출발 에너지의 '용광로'로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6.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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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부재, 정부 일방통행에 경고
-'경제'에서 만났으나 무슨 경제?
- 촛불은 디지털시대 소통 위한 수단

 2008년 촛불이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한 '분노'가 출발점이다. 하지만 '광우병 괴담'에 홀려 수십만 명의 인파가 거리로 뛰쳐 나왔다는 분석은 괴담만큼 비과학적이다.

 각계각층이 자신들의 욕구를 분출하러 나왔다는 해석도 있다. '쇠고기 수입 반대' '공기업 민영화 반대' '0교시 수업 반대' '이명박 아웃' 등 다양한 외침은 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것을 통칭해 '소통의 부재'로 정의한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채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일방통행을 한데 대한 경고란 얘기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100일만에 달라진 민심이 촛불에 담겨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명근 기자ⓒ이명근 기자


 '소통의 부재'는 '코드의 불일치'와 연결된다. 이 대통령과 국민 간 '코드'가 맞지 않다는 의미다. 출발은 좋았다. 양자는 '경제'에서 만났고 코드는 일치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를 앞세웠고 국민은 여기에 표를 몰아줬다.



 이전 정부가 보여준 이념 과잉, 정치 과잉에 대한 반작용도 한몫했다. 그러나 '어떤' 경제인지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 그게 비극이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압도적 지지를 'MB(이명박)식 경제'에 대한 승인으로 해석했다.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쉬지 않고 뛰어야 한다고 다그쳤다.

 반면 국민이 바란 경제 회복은 편안하게 잘 사는 것을 뜻했다. 1970년대, 1980년대 개발연대식으로 모든 것을 희생한 채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은 원치 않았다. 외환위기 충격 이후 10년 동안 적잖게 뛰어온데 대한 피로감도 컸다.


 국민이 주 5일 근무시대에 잘 사는 경제를 바랐다면 이 대통령은 잘 살기 위해 주 7일 근무를 해야 한다고 외쳤다. 집권 여당 내에서조차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접근을 해 실패한 것"(정형근 최고위원)이란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점에서 '촛불'은 디지털 시대에 소통을 위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저항'과 함께 코드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과 정부에 '작전 타임'을 요구한 것이란 뜻이다.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고 노래 부르고 토론하며 우리 얘기 좀 들으라고 말한다.

 국민은 변했다. '나를 따르라' 한다고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목소리를 낸다. 국민은 성숙했다. 수십만 명의 운집했음에도 폭력사태 하나 없이 비폭력 평화시위로 요구사항을 표현한다.

 촛불의 의미를 곱씹어보면 해법은 의외로 쉽다. 소통하고 대화하고 우리가 가야 할 일에 대해 공유하자는 것이다. 게다가 촛불에 담긴 에너지는 충만하다. 역동적이면서도 과하지 않다. 정치권에서 볼 수 없는 냉철한 자제력도 보여줬다.

이제 촛불을 모을 때다. 작은 촛불을 넘어 '용광로'에서 합쳐지면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촛불에 깜짝 놀랐을 정부가 이제 해야 할 일은 국민들의 촛불을 모아 국민 모두의 성공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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