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부지, 상한제 피하기 '꼼수'...매력 '뚝'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6.2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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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임대로 방향 튼 한남동 단국대 부지 아파트

금호산업 (3,810원 ▲20 +0.53%) 건설부문이 단국대부지에 시공하는 아파트가 분양에서 임대로 방향을 전환했다. 시행사인 한스자람(금호산업이 포함된 컨소시엄) 측은 이 단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게 됨에 따라 임대를 통해 시간을 벌다가 분양전환으로 이익실현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건설은 용산구 한남동 60번지 외 23필지 13만여㎡에 600가구를 분양할 계획으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전인 지난 8월27일 용산구에 분양주택으로 사업계획승인신청을 했다. 그러나 학교용지 폐지결정 고시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청이 반려됐다.



이에 따라 한스자람은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기각 결정을 받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불가피하자 임대주택이라는 변칙을 택해 정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사실상 민간업자가 임대사업으로 통해 시간을 벌다가 분양전환을 하는 경우 마땅한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분양에서 임대로.... 기막힌 꼼수



올 초부터 부동산 정보업체 발 자료를 통해 한남동 단국대 부지에 금호산업 건설부문이 시공하는 고급아파트에 대한 분양내용이 흘러나왔다.

이 단지는 87㎡ 133가구를 비롯해 최대 332㎡까지 주로 대형 면적으로 분양될 계획으로 부동산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당초 금호산업과 한스자람이 기대한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3.3㎡당 3500만원 이상이다.

그러나 상한제 적용 후 분양 가격은 3.3㎡당 25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지게 됐다. 전체 1조원 수준의 공사비의 20% 가량이 상한제 적용으로 공중으로 날아갈 위기에 놓이자 임대를 통해 수익보전을 하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한스자람과 금호산업은 3월부터 민간임대 형식으로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임대로 전환하게 되면 국민주택기금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 시행사의 자율의지에 따라 임대료를 결정할 수 있다. 한스자람과 금호산업은 용산구와의 협의를 통해서 임대가격을 결정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산업 건설부문 관계자는 "용산구와 임대료 책정을 논의 중에 있다"며 "분양으로 전환할 경우에도 감정가의 100%를 기준으로 입주자와 협의를 통해 적정 가격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감정가가 실제 시세를 모두 반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분양되는 가격은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은 단국대 부지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시행 컨소시엄인 한스자람에 10%의 지분투자를 하면서 시공권을 따냈다. 단순 시공이 아니라 개발사업에 크게 관여한 이상 수익을 내기 위한 전략도 같이 준비한 것이다.

◆투자가치 회의적 시각 많아

제2의 용산으로 손꼽히는 단국대 부지는 서울 최고의 교통요지로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을 받아왔다. 남산1호터널을 통해 5분 내 시내 진입이 가능하고 한남대교를 통해 강남권으로 이동이 손쉬운 데다 강변북로, 올림픽대교, 경부고속도로 등 주요 간선도로 진출입이 수월하다.

천혜의 교통환경을 자랑하는 만큼 강남을 비롯한 전국의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단국대 부지는 항상 관심사였다.

그러나 한스자람이 분양을 앞두고 임대로 선회함에 따라 분양을 기다렸던 수요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만약 상한제 적용을 받아 분양을 하게 될 경우 3.3㎡당 2500만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아직까지 임대비용에 대해 금호산업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공식적인 답변을 피하고 있으나 알려진 바로는 3.3㎡당 2000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분양을 기다려 왔던 수많은 예비 청약자들은 임대결정으로 허탈해 하면서도 임대아파트로 주거 후 우선 분양받을 경우 얼마나 수익을 거둘지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익은 시행사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행사가 주장하는 임대 후 분양가격이 합의하에 결정된다는 말은 형식적인 말뿐"이라며 "수많은 투자자들이 단국대 부지에 높은 관심을 갖고 문의를 하고 있지만 이익은 모두 시행사가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사가 분양가격에 대해 독자적인 결정을 한다고 해도 임대주택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민간택지에서 벌어지는 민간임대는 시행사의 의지에 따라 임대료와 분양전환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주택공사나 서울시가 공급하는 공공건설임대는 임대주택법에 따라 청약자격을 획득한 사람에게 공급되지만 민간건설의 경우는 이 역시 시행사 자율에 따른다.

따라서 단국대부지 아파트는 높은 임대료를 내고 입주를 하더라도 2년6개월 후에 시행사가 선정한 감정사의 감정평가에 따라 최종금액이 결정되게 된다. 한스자람이 황당하리만치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도 어떤 근거로든지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분양전환용 임대아파트라는 ‘편법’을 이용할 정도라면 이 시행사가 분양전환 시 제시하는 적정가는 '자신들이 원하는 적정가'가 될 공산이 크다. '투자처로 매력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분양 예상금액은 3.3㎡당 약 4000만원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이 단지가 3.3㎡당 5000만원까지는 갈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미리 임대까지 하면서 기다릴만한 물건은 아니다"고 전했다.

차라리 단국대 부지 도로변에 위치한 주상복합을 노려보라고 조언한다.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금호건설이 2002년 분양한 리첸시아 주상복합은 이 회사가 단국대 부지의 시공권을 위해서 표본이 되도록 잘 지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현재 가격이 조금 오르기는 했지만 3.3㎡당 1500만~17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한스자람의 600가구 아파트단지의 분양전환 시기가 오면 이 주상복합 아파트의 가격도 따라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투자처로는 이 주상복합이 뛰어나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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