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금리와 유가사이..갈之걸음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6.1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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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 버냉키 금리인상 시사..다우만 강보합

금리인상 가능성과 유가 하락이라는 상반된 재료 속에서 뉴욕증시가 갈지(之)자 걸음을 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장이 전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강력히 표명,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인 점이 지수에 부담이 됐다. 반면 지난주말 주가폭락을 불렀던 국제유가는 수요감소 전망과 달러 강세 반전 영향으로 전날에 이어 이날도 2.3% 하락,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렸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9.44포인트(0.08%) 오른 1만2289.76을 기록했다.
S&P500지수는 3.32포인트(0.24%) 떨어진 1358.44를, 나스닥지수는 10.52포인트(0.43%) 빠진 2448.94으로 각각 마감했다.



존슨 일링턴 어드바이저스의 휴 존슨 회장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경제가 바닥을 지났다는 의미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경기 회복기에는 물가상승이 수반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금융긴축 정책이 뒤따른다는 점에서는 증시에 악재가 된다"고 말했다.

◇금융주 회복세, 기술주 부진



전날 리먼브라더스의 28억달러 손실 발표 이후 서브프라임 사태 피해가 재확산될 것이란 우려로 부진을 면치 못하던 금융주는 회복세를 보였다.
지역 은행인 내셔널씨티가 자기자본비율이 건전하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금융당국과 체결했다는 소식이 신용경색 위기감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내셔널씨티는 전날보다 3.8% 상승했다.

미국 최대 저축대부조합 워싱턴뮤추얼도 전날 UBS 애널리스트 에릭 와서스톰의 저평가 발언 이후 10% 급등했다.
씨티그룹이 3.4%, 뱅크오브 아메리카 0.1% JP모간 1.9%, AIG 2.3%등 부문별 대표 금융주들이 비교적 견실한 움직임을 보였다.

반면 리먼은 손실 발표에 이어 크레디트스위스의 투자 의견 하향까지 겹치면서 1.79달러 급락했다.


◇기술주, TI 주도 약세

세계 최대 휴대전화 칩 제조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는 분기 중간 실적 발표로 2.9% 내려앉았다. TI는 휴대전화 핸드셋 매출이 이례적인 부진을 기록했다며 실적이 전문가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TI의 매출로 관련주들이 일제 약세를 보이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를 끌어내렸다.
노키아 등 휴대전화업체에 메모리칩을 납품하는 브로드컴은 4.2% 떨어졌다.
노키아도 3% 밀렸다.

세계 최대 석유사 엑손모바일이 1.32% 하락한 것을 비롯, 최근의 높은 유가 수준이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석유 수요감소를 부를 것이라는 IEA의 평가로 에너지주는 동반 약세를 보였다.

◇유가 이틀째 급락, 달러 강세



국제유가가 전날 3% 하락한데 이어 이날도 2.3% 내려서면서 배럴당 131달러선으로 물러섰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에비해 배럴당 3.04달러(2.3%) 하락한 131.31달러로 마감했다.

알타베스트 월드와이드의 애널리스트 제프 프리처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생산을 늘리고 있는데다 달러 강세가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이날 국제 에너지기구(IEA)가 세계 석유 수요증가율이 6년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등 석유 수요 감소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유가 하락에 기여했다.
IEA는 보고서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이외 지역의 석유 공급 증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 한때 유가가 급등하기도 했으나 달러화 강세와 수요감소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달러화 가치가 주요 통화대비 이틀째 급등했다.
10일(현지시간) 오후 4시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1.5460달러로 전날에 비해 1.65센트(1.05%) 급락(달러가치 상승)했다. 달러/파운드 환율도 1.9538달러로 전날의 1.9554달러 대비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도 107.435엔으로 전날대비 크게 상승(엔화가치 하락), 달러 강세 추세를 반영했다.



버냉키 의장이 전날 강력한 인플레이션 억제방침을 밝히면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달러가치 상승의 주 요인이 됐다.

버냉키의장은 9일 저녁 보스턴 연방은행 연설을 통해 잠재적인 미국 경기 후퇴 위협이 감소했다며 상품가격 상승과 소비자물가 상승에 보다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때맞춰 헨리 폴슨 재무 장관 역시 전날에 이어 필요할 경우 시장개입도 불사하겠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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