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산성'에 맞서는 스티로폼 탑 등장

머니투데이 조홍래 기자 2008.06.11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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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탑 쌓고 자유발언 진행...반대자들과 마찰도

ⓒ이명근 기자ⓒ이명근 기자


‘이순신 장군 동상-2단 컨테이너 장벽-6단 스티로폼 탑-세종로 사거리’. 새벽 2시 현재 세종로사거리의 모습이다.

촛불시위가 한창인 세종로사거리에 4미터가 넘는 하얀색 탑이 등장했다.

경찰은 시위대의 청와대 진출을 막기 위해 10일 컨테이너 박스를 2단을 쌓고 도로를 완전 차단했다. 네티즌들은 이를 '명박산성'이라고 부른다.



이에 대응해 인권단체 연석회의 회원들과 일부 시위대는 11일 새벽 컨테이너 장벽 앞에 6단으로 스티로폼을 쌓아 탑 모양의 구조물을 지었다. 시위대가 탑을 더 높이 쌓자고 주장하면서 탑의 높이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명씩 탑 위에 올라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고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자유발언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탑 쌓기에 반대하고 있어 간간히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경찰의 2단 컨테이너 박스에 대응한 스티로폼 탑은 시위 참가자들의 뜨거운 토론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다. 시작은 컨테이너를 넘어갈 스티로폼 계단 쌓기였다.

한 시위 참가자는 자유발언을 통해 “여기 앉아서 축제처럼 시위를 진행한다고 이명박 정부는 우리의 요구를 듣지 않는다”며 “컨테이너를 넘어가지는 않더라도 계단을 쌓아 컨테이너 위에 올라가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보수언론과 보수세력은 우리가 무엇을 하든 불법이라고 매도할 것”이라며 “촛불시위대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로폼 계단 쌓기 제안에 대해 집회 참가자들은 찬반 양측으로 나눠져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스티로폼을 옮기며 계단 쌓기를 시도하다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양측 간에 고성이 오가자 시위대는 자유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기로 하고 참석자들의 자유발언을 진행했다.

한 참가자는 “이제 축제냐 투쟁이냐는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며 “평화시위를 하자며 컨테이너 앞에서 스티로폼 계단을 막는 것은 반대한다”고 계단을 쌓자고 주장했다.

다른 참가자는 “담을 넘어 물리력을 행사하면 보수언론에서 촛불시위가 폭도로 변했다고 매도할 것”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력이다. 컨테이너를 넘어가면 국민에게서 정당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계단설치를 반대했다.

장시간 토론을 벌인 후에 시위대는 컨테이너에 오르는 계단을 쌓는 대신 컨테이너에서 약 3m 떨어진 곳에 자유발언을 할 수 있는 탑 모양의 구조물을 쌓기로 했다.

스티로폼 계단을 쌓자고 주장했던 인권단체 연석회의 회원들의 주도하에 시위대는 컨테이너 장벽 앞으로 다량의 대형 스티로폼을 옮겨왔고 6단의 탑을 지었다. 이 과정에서 탑 쌓기에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스티로폼의 이동을 막으면서 서로간의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형 스티로폼을 준비한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 인권단체 연석회의 회원은 "동아일보사 앞에 스티로폼이 놓여 있어 가져온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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