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촛불 '활활'...성숙함으로 '찬란'

대전=조명휘 기자 2008.06.1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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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촛불 '활활'...성숙함으로 '찬란'


6. 10 민주항쟁 21주년을 맞은 10일 대전지역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당초 경찰이 예상했던 2500여명을 훌쩍 뛰어넘어 1만여명이 시위에 동참하면서 경찰이 바짝 긴장했지만 시종일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행사가 진행됐다.

오후 6시부터 대전역 광장에서 6.10민주항쟁 기념식을 시작으로 열린 제29차 촛불문화제는 8시경이 되자 대전역 서광장을 가득 메워 5000여명이 운집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참여했다는 오모(남. 48)씨는 “정부의 잘못된 점을 말이 아닌 몸으로 전달하고 싶어서 촛불을 들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참여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대전지역 대학생 3백여명은 서대전시민공원에서 ‘공동행동의 날’ 행사를 갖고 대전역으로 합류했다.

충남대 4학년 김모씨는 “그동안 서울 시위에 참여한 학우들도 많았지만 지역에서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는 자유발언과 마당극단의 풍자극, 풍물패의 공연순으로 진행됐다.


오후 9시경부터 가두행진에 들어가면서 시위 참여자는 1만여명으로 부쩍 늘어나면서 중앙로 6개 차선을 완전히 메웠다.

선두에서 후미까지의 거리는 약 7~800미터에 달했다.



9시 30분경 중앙로 갤러리아 백화점 사거리에 이른 시위대는 2차 촛불문화제를 진행했으며 오후 11시에 자진해산했다.
1만 촛불 '활활'...성숙함으로 '찬란'
◇ 풍자와 해학...부드럽지만 날카롭게

촛불문화제는 시종일관 밝고 경쾌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날이 서있는 비판이 함께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고등학교 3학년 오모군은 “담임선생님에게 집회 허락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지만 나오지 않을 수 가 없었다”며 “체벌보다 더 두려운 것은 미국산 쇠고기와 대운하”라고 말했다.

공무원 준비생이라고 밝힌 한 수험생은 “공무원이 될지도 모르니 사진은 찍지 말아달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할 수 없게 만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마당극단 ‘좋다’의 공연은 쇠고기 괴담시리즈를 신랄하게 풍자해 참석자들이 배꼽을 잡기도 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 취향과 말 등을 절묘하게 비틀어 한편의 콩트를 만들어 선보였다.

자리 곳곳에서 ‘재밌다’ ‘기발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 성숙한 시민의식...자발적 참여



촛불시위 참여자가 부쩍 늘어났지만 시위대와 경찰간의 충돌은 전혀 없었다.

시위대들은 촛불을 손에 든채 구호를 외치고 박수를 치면서 대오를 유지했다.

의경이 야광 지시봉을 들고 폴리스 라인을 만들며 시위대의 행진을 유도하고 차량통제를 실시하는 과정에 고성이 오가거나 폴리스 라인이 무너지는 경우는 없었다.



시위 참여도 특정계층이 주도하지 않았다.

유모차를 끌고 참여한 20대주부 안모씨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지인들과 함께 나왔다”며 웃었다.

심각함 보다는 축제에 함께 하고 있어 즐겁다는 표정이다.



자녀들과 함께 참여한 김모씨(남. 44)는 “민주화 운동시절처럼 험악한 시대도 아니고 교육적 효과도 있을 것 같아 아이들과 자연스레 함께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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