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2008.06.1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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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6% 급등..채권금리↑,환율↓ 시장도 '요동'

'물가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면서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환율은 급락하는 등 시장도 요동쳤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08년 5월 생산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1.6% 상승, 98년 10월(11.7%) 이후 9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폭등' 수준=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6.8%에서 3월 8.0%, 4월 9.7% 등으로 계속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역시 7년 만에 최고치인 4.9%까지 오른 상태여서 최근 물가는 당국의 '통제범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유가 상승으로 공산품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6.6% 상승, 생산자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공산품물가 상승률도 98년 4월(17.8%) 이후 최고치였다.

경유가 전년 동월 대비 45.9% 급등했고 등유는 55.2% 상승했다. 벙커C유(51.9%)와 휘발유(17.1%) 등 유류 제품의 상승세는 꺾일 줄을 모른다. 밀가루 역시 56.1% 상승하면서 라면 등 관련 관련제품들의 가격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 '요동'=물가불안심리가 극에 달하면서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국고채 3년물과 5년물은 전 거래일보다 각각 0.11%포인트 상승한 5.78%와 5.91%를 기록하며 이틀째 급등세를 이어갔다. 3년물의 경우 장중 한 때 5.83%까지 올라 5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뛰기도 했다.
 
환율도 물가 급등을 우려한 당국의 개입이 이뤄지면서 장 중 한때 10원 이상 급락하는 등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이날 환율은 전일대비 6.8원이 떨어진 10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달러당 1032원대에서 달러 매도세가 급격히 유입됐다"며 "유입된 물량이 5억달러를 넘는 것같아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물가당국 '발만 동동'=당국은 물가 상승세를 제어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환율을 떨어뜨려 수입물가를 낮추면 '즉효'를 볼 수 있겠지만 수출이 위축돼 경상수지 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데 당국의 고민이 있다.

기준금리를 올리는 방법도 생산자물가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는 데다 경기 위축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꺼내들기가 쉽지 않다. 오는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은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유류세 인하 등 세금감면을 제시한다. 물가 폭등이 국제유가 상승과 같은 대외적 변수에 따른 것인 만큼 세금을 줄여줘 그 충격을 정부가 흡수해주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역시 단기처방은 될 수 있어도 근본적인 물가안정책은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 인상 요인이 단기적이면 기업이 이윤 축소 등의 방법으로 현재 가격이나 점유율을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으며 현재 그런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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