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없는 성장 시대.."젊은이를 해외로"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6.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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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주년 기획-젊은이를 해외로]<1>

#두산그룹 독일법인장을 지낸 성오현 사장은 1995년 퇴사 후 맨손으로 독일에 정착, 숙박업을 시작했다. 방 9개짜리 펜션이 출발이었다.

사업 초기 신축 건물에 비가 새는 등 난관이 적지 않았다. 성 사장은 대기업 해외법인장 출신이었지만 체면은 잠시 잊었다. 부인을 설득해 함께 이불 세탁, 룸서비스 등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고 나섰다.



그는 2008년 현재 프랑크푸르트의 4성급 호텔 '미네르바' 등 호텔 4개를 직영할 정도로 사업을 키웠다. 외국인 창업기업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깼다.

#JYP엔터테인먼트는 1997년 태홍기획으로 출발했다. 비, GOD, 원더걸스 등 거물 스타를 키워낸 이 회사는 강력한 음악 콘텐츠를 무기로 일본, 중국, 홍콩 등을 공략한데 이어 창업 10년만에 미국 시장에 도전하며 성공신화를 다시 쓰고 있다.



박진영 사단으로 알려진 JYP 소속 가수 중 대표격은 비(미국명 Rain)다. 비는 최근 할리우드 영화 '쿵푸 팬더'의 주제가를 녹음해 세계에 목소리를 알렸다. 또 민(Min) 임정희(미국명 J Lim) 등은 미국 뮤지션들의 지도 아래 미국 음반시장에 진출, 한국의 문화 영토를 시시각각 넓히고 있다.

'세계로 뻗는 대한민국'은 오래된 화두다. 기업들은 해외로 뛰었다. 성장을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그 '선택'은 줄었다.

안마당에서 편히 버는 데 안주했다. 개인들도 다르지 않았다. 음식점만 즐비하게 늘어섰을 뿐 성장을 위한 선택은 없었다.


고작 4800만명에 불과한 시장을 놓고 아등바등 싸웠다. 그리고 곧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 또 한번의 '선택'이 필요한 때다. 과거와 달리 '생존'을 위해서 말이다. '한류'로 대표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해외 진출은 좋은 예다.

음반이건 영화건 내수만으로 이익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14억명이 넘는 중국은 거대 시장이다.

예컨대 1000만 관객의 영화는 우리 국민의 25%가 보는 것이지만 중국 인구의 1%만 영화를 봐도 1000만명을 훌쩍 넘는다.

'한류'처럼 거대하지 않더라도 성오현 사장과 같은 '도전'도 의미 있다.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눈을 돌리면 기회는 그만큼 늘어나기 마련이다.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나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장년층 모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권태균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은 "국경이 없어진 글로벌한 시대가 왔다"며 "세계로 눈을 돌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개인이나 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국가의 도약을 위해서도 해외 진출은 '필수'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정책관은 "경제 영토를 넓히는 차원으로 해외 진출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을 확보하는 것 이상으로 문화 등도 널리 퍼지면서 안정적 영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손한나 AK링크 대표도 "해외에 나가있는 화교들이 오늘의 중국 번영을 이뤄낸 것"이라며 "우리도 값진 인적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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