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일만에 다시 그려지는 與 권력지도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6.10 15:52
글자크기

이상득계vs정두언등 친이소장파...친박복당 힘받은 박근혜

여권의 권력 풍향계가 뒤바뀌고 있다. 쇠고기 파동으로 청와대의 대대적 인적쇄신이 예고되면서다. 새 정부 출범 후 100일이 갓 지난 시점에 생겨난 변화다.

시발점은 권부 핵심 실세로 통하던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의 전격 경질이다. '2인자'로 불리던 류우익 대통령실장의 사표 수리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류 실장과 박 비서관이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인사들이었다는 점에서 여권 권력 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 운신폭 좁아진 이상득, 영향력은 계속=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은 이번 인적쇄신 논란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당 원로이자 이 대통령의 친 형으로서 '거중 조정자' '국정 조언자'의 중심적 역할을 해 왔지만 정두언 의원 등 여권 소장파 그룹 및 당내 쇄신파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107일만에 다시 그려지는 與 권력지도


향후 정치 활동에도 상당 정도 제약이 뒤따를 전망이다. 11년간 자신을 보좌했던 박 비서관이 물러난 데다 쇄신파들의 '국정 개입 중단' 요구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그러나 이 전 부의장의 영향력은 계속 유지될 것이란 견해가 많다. 인적쇄신 후 예상되는 세력 구도상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떠받칠 만한 '중심축'이 여권내에 전무하다는 점에서다.

이 대통령은 실제 지난 9일 청와대 안가에서 이 전 부의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조찬을 함께 하며 정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이 당권을 가져갈 경우 원로그룹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이재오 빈자리에 정두언, 親李소장파 결집= 이 전 부의장과 '청와대 3인방'의 '권력사유화' 논란을 일으킨 정 의원도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는 마찬가지다. '충정'과 '진정성'을 강조하며 박 비서관의 사퇴를 이끌어 냈지만 "권력투쟁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107일만에 다시 그려지는 與 권력지도
특히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까지 불리는 정 의원이 정권 차원의 위기 국면에 당내 갈등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향후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뒤따를 전망이다.

그러나 정 의원이 '잃은 것'보단 '얻은 게' 많다는 평가도 있다. 한 동안 여권 주류진영에서 소외됐던 친이계 소장파 그룹의 제 목소리를 이끌어내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다.

인적쇄신 논란 과정에서 그간 알력 관계에 있던 이재오 전 최고위원측의 협조를 이끌어냈다는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이런 맥락에서 "낙선 후 미국 연수를 떠난 이 전 최고위원의 역할을 정 의원이 했다(수도권 한 초선의원)"는 후한 평가도 나왔다.

◇ 친박복당 관철 박근혜, 총리설도 모락모락= 당내 비주류 투쟁의 길을 걷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도 주목거리다. 정치권 안팎에선 보수정권의 '구원투수'로 '박근혜 총리설'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107일만에 다시 그려지는 與 권력지도
여권 주류측의 구애는 한결 노골적이다. 이 전 부의장은 이 대통령과의 조찬 회동에서 박 전 대표 총리 기용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권 주자인 박 전 부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박근혜 총리 카드는 좋은 카드이며 언제나 유효한 카드"라고 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17대 국회의원 중 낙천, 탈당한 친박 인사들의 일괄 복당을 허용한 것도 박 전 대표의 화답을 이끌어 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현재로선 총리직에 부정적인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그러나 총리 수락 여부에 관계없이 박 전 대표가 갖는 여권 내부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친박 측근들의 순차 복당으로 세력이 불어날 경우 여권 주류측과 협조 혹은 긴장관계를 형성하며 자기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여권의 권력 지형은 한층 복잡한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