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현대차 영업맨의 '정치파업' 비판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8.06.10 16:13
글자크기

노조게시판에 글.."기름값 더 오르고 고객들 차 구매 못하면 우린 뭘하고 있을까"

"머리 터지게 싸우다 고객에게 외면 받고, 수입차에 공격당하고, 기름 값 200달러 되고, 생산 중단되고…. 그 땐 더 많은 조합원들의 희생이 따르지 않는다고 누가 감히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현대자동차 노조가 10일 촛불집회 참가를 위해 잔업을 거부하고 12~13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찬반투표에 동참키로 하는 등 잇단 '정치투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를 비판하는 노조원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신을 19년차 영업사원이라고 밝힌 한 직원이 최근 노조 게시판에 '무한 생존시대 중심에 있는 우리들'이란 제목으로 올린 장문의 글이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영업사원은 아들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얘기를 풀어갔다. 그는 "아들과 사우나를 다녀오는 차안에서 기름 값 관련 뉴스를 듣다가, 아들이 문득 '아빠 힘들겠다. 요즘 차 안 팔리지' 라고 한마디 하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뭐라고 얘기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아냐 아빠 회사는 아직 괜찮아. 더 열심히 살면 되는거야'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영업사원 말에 따르면 요즘엔 쏘나타 오래 타던 사람들이 아반떼를 사고, 싼타페 타던 사람이 연비 좋은 승용차로 갈아타고 있다. 그는 "소형차에서 중·대형차로의 이동은 이미 파괴되고 있다고 봐도 되고, 중고차 값은 1주일이 멀다하고 떨어지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그나마) 이런 수요들이 있어 아직 영업은 한다"며 "기름 값이 더 오르고 고객들이 살기 힘들어 차 구매를 엄두도 내지 못할 때 우린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자"고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이런 말을 하면 꼭 '사측의 개'라고 하는 분들이 있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가 뻔히 어떤 상황으로 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만히 구경만 하라면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영업사원은 "올해만 협상하는 것이 아니고 매년 있는 것이니까 생존에 관해 정말 고민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 한다"며 "머리 터지게 싸우다 고객에게 외면 받고, 수입차에 공격당하고, 기름 값 200달러 되고, 생산 중단되고, 그땐 우린 무슨 행동을 할까"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그런 날이 안온다고 선동하는 분은 조합원을 위하는 것이 아니고, 죽음으로 몰아 가는 것 아닌지 우리 모두 생각해 보자"며 "그땐 더 많은 조합원의 희생이 따르지 않는다고 누가, 감히 이야기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촛불집회도 좋고 투쟁도 좋다"며 "(다만) 조합원 없는 회사를 생각 할 수도 없고, 회사가 망하면 우리도 필요 없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덧붙였다. 이어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우리가 있는 것이지, 지탄의 대상이 되면 우린 없는 것"이라며 "우린 무한 생존시대에 있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가장은 힘들고 괴로워도 내가 나를 위로해야 하기에 힘든 자리인 것 같다"며 말을 맺었다.

한편 현대차 노조 게시판에는 이 글 외에도 "정치파업 했다고 국민들한테 혼난 거 벌써 잊었나. 현대차 불매운동까지 다 잊었나"(조하번), "옳고 그름을 논하기는 싫다. 다만 우리의 행동이 결국 우리 자신을 옥좨는 사슬이 됨을 강조하고 싶다. 정치적인 면은 개개인의 행동에 맡기고 정말 우리가 집중해야 할 올해 임·단투에 올인하자"(3공장 조합원) 등 노조의 정치투쟁을 비판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