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역풍 '100만 촛불' 현실로?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6.1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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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 기자ⓒ이명근 기자


"3:0으로 뒤진 축구경기에 후반 5분 남기고 자살골까지 넣었다"

'6.10항쟁' 21주년을 맞는 2008년 6월10일 새벽. 수도 서울의 중심 광화문 앞 대로에는 겹겹이 쌓인 컨테이너박스가 시민을 맞았다. 경찰이 이날 '100만 촛불대행진'을 맞아 차단벽을 경찰 호송버스에서 컨테이너박스로 바꾼 것.

지난 7일과 8일 새벽 잇따라 시위대가 경찰 호송버스를 줄로 묶어 끌어내자 컨테이너박스를 동원해 2단으로 쌓고 길을 막았다.



양방향 2~3개 차로만 통행이 가능한 가운데 출근길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고 차를 세워놓고 경찰을 향해 욕지거리를 퍼붓고 가는 시민도 목격됐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한 40대 직장 남성은 컨테이너 차단벽을 가리켜 "이명박 불통"이라고 잘라 말했다. 30대 한 여성도 "저걸 보니 오늘 촛불시위에 나오고 싶어진다"고 했다.



이른 아침부터 경찰청에는 항의전화가 쏟아졌고 사이버경찰청 홈페이지에도 비난 글이 빗발쳤다.

네티즌들의 분노도 크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오늘도 한 건 하는구나", "소통의 끝을 보여 준다", "이 정권이 바닥을 드러냈다", "'낮은 자세'로 컨테이너 들이 대냐"는 등 맹공을 퍼부었다.

다음 아고라의 '아고리언'들은 컨테이너 박스들을 용접해서 고정시킨 것을 두고 글 제목 앞에 '[용접명박]'이라는 말머리를 달아 비꼬고 있다. 어떤 네티즌은 "숭례문이 사라지니 새로운 관광 상품을 만들어냈다"며 "길이가 짧으니 '백보장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시위 막으려다 오히려 키우는 양상이다. 앞서 미국산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지난달 25일 전주에서 분신했던 이병렬씨(42)가 9일 결국 사망한데다 '컨테이너 역풍'까지 겹쳐 이날 시위 규모는 더욱 커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6월 민주항쟁 21주년을 맞아 이날 저녁 7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 일대에서 사상최대 규모의 촛불시위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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