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추가 결단'을 압박하는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특단의 민심 수습책으로 '조각' 수준의 인적교체를 단행할 것이란 얘기도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 탄력받는 쇄신론 "대통령 빼고 다 바꿔야"= 박 비서관의 사의 표명 이후 한나라당엔 '쇄신론'이 갈수록 힘을 얻는 모습이다. 박 비서관 외 인사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함께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이 '쇄신'이라고 느낄 정도의 폭이 됐으면 한다"며 대폭적 인적교체를 주문했다. 그는 특히 "(인사)검증시스템을 강화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구해야 한다"며 '고소영·강부자' 논란을 끝내고 '탕평인사'가 실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 재선 의원은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몇 명을 교체하느냐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청와대)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문제가 됐던 것은 특정 비서관이 전횡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시스템 잘못이 더 크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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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재선 의원도 "박 비서관 혼자 (인사를)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관련 책임자들도 같이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청와대 인사 라인의 추가 사퇴를 요구했다.
◇ 이상득vs정두언, 여권 권력지형 향배는= 인적쇄신론은 여권내 권력 지도에도 미묘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인적개편 결과에 따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과 정 의원의 득실 셈법이다.
당사자들은 부인하지만 여권 내부에선 정 의원의 칼끝이 이 전 부의장을 향해 있다는 관측이 많다. 정 의원이 '권력사유화'의 주체로 지목한 청와대 3인방이 모두 이 전 부의장과 가까운 인사들이란 점 때문이다.
정 의원의 반란이 지난 4.9총선 공천 당시 이 전 부의장의 불출마를 촉구한 '55인의 선상반란'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란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특히 정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의원들의 상당수가 '55인 선상반란'에 가담했던 수도권 소장파들이란 점도 당내 이상득계와 '정두언-이재오' 연합군의 권력투쟁이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이런 맥락에서 정 의원이 이번 인적쇄신 파동을 통해 일단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권부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데 성공한 데다 박 비서관 경질을 관철시키면서 소기의 성과물을 얻은 덕이다. 반면 이 전 부의장은 '국정개입'의 사실 관계를 떠나 향후 정치 행보에서 일정정도 제약을 받는 상황에 처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 의원 역시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서 자칫 '사욕'을 앞세워 '주군'에 반기를 들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탓이다. 한나라당 영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시비를 떠나 모두가 상처를 입은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사감을 떠나 국정 정상화를 위해 매진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