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폭쇄신론' 탄력··권력지형 재편되나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6.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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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경질로 인적개편론 더욱 탄력...이상득vs정두언 득실 셈법은

여권 핵심부의 대대적 인적쇄신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권부 핵심 실세로 자리매김해 온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지난 9일 사실상 경질되면서 고강도 인적개편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핵심부를 겨냥한 '인책론'과 쇠고기 파동 '책임론'이 함께 맞물린 결과다.

여권 내부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추가 결단'을 압박하는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특단의 민심 수습책으로 '조각' 수준의 인적교체를 단행할 것이란 얘기도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이번 인적쇄신의 결과가 여권내 권력 지형의 재편을 몰고 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인적개편 논란의 기저에 여권 실세간 권력암투의 그림자가 짙게 배여있다는 점에서다.

◇ 탄력받는 쇄신론 "대통령 빼고 다 바꿔야"= 박 비서관의 사의 표명 이후 한나라당엔 '쇄신론'이 갈수록 힘을 얻는 모습이다. 박 비서관 외 인사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함께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10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박 비서관 (사의) 자체가 모든 문제의 해결은 아니라고 본다"며 "근본적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본질을 바꿀 수 있는 인사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께서 류(우익) 실장께서 또 이상득 전 부의장께서 (근본 문제를) 잘 아시리라 본다"며 전면 쇄신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이 '쇄신'이라고 느낄 정도의 폭이 됐으면 한다"며 대폭적 인적교체를 주문했다. 그는 특히 "(인사)검증시스템을 강화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구해야 한다"며 '고소영·강부자' 논란을 끝내고 '탕평인사'가 실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 재선 의원은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몇 명을 교체하느냐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청와대)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문제가 됐던 것은 특정 비서관이 전횡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시스템 잘못이 더 크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박 비서관 혼자 (인사를)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관련 책임자들도 같이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청와대 인사 라인의 추가 사퇴를 요구했다.

◇ 이상득vs정두언, 여권 권력지형 향배는= 인적쇄신론은 여권내 권력 지도에도 미묘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인적개편 결과에 따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과 정 의원의 득실 셈법이다.

당사자들은 부인하지만 여권 내부에선 정 의원의 칼끝이 이 전 부의장을 향해 있다는 관측이 많다. 정 의원이 '권력사유화'의 주체로 지목한 청와대 3인방이 모두 이 전 부의장과 가까운 인사들이란 점 때문이다.

정 의원의 반란이 지난 4.9총선 공천 당시 이 전 부의장의 불출마를 촉구한 '55인의 선상반란'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란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특히 정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의원들의 상당수가 '55인 선상반란'에 가담했던 수도권 소장파들이란 점도 당내 이상득계와 '정두언-이재오' 연합군의 권력투쟁이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이런 맥락에서 정 의원이 이번 인적쇄신 파동을 통해 일단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 권부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데 성공한 데다 박 비서관 경질을 관철시키면서 소기의 성과물을 얻은 덕이다. 반면 이 전 부의장은 '국정개입'의 사실 관계를 떠나 향후 정치 행보에서 일정정도 제약을 받는 상황에 처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 의원 역시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서 자칫 '사욕'을 앞세워 '주군'에 반기를 들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탓이다. 한나라당 영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시비를 떠나 모두가 상처를 입은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사감을 떠나 국정 정상화를 위해 매진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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