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70년대 오일쇼크와 다른 이유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06.1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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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널뛰기를 하고 있다. 지난 주 이틀 동안 급등하며 배럴당 140달러에 바짝 다가섰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7월 인도분은 이번주 들어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10일(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131.3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유가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펼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최근 들어 방향성 없이 급등락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기 때문. 월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유가가 향후 2년 내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데 이어 가즈프롬은 내년 250달러 돌파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리먼 브러더스는 최근 유가 급등을 2000년대 초반 IT주 버블에 비유하며 급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고유가의 여파가 이미 실물 경기 전반으로 확산된 가운데 이번 고유가가 1970년대 오일쇼크의 전조는 아니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근의 가격 급등은 공급 측면의 쇼크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미국 투자전문지 스마트머니는 올들어 유가가 급등한데 따라 미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는 한편 30년 전 오일쇼크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지만 최근 상황은 당시와 상이하다고 판단했다.

1970년대 석유파동은 중동 산유국이 대미 수출을 중단하자 닉슨 전 대통령이 가격 통제에 나섰다가 오히려 문제만 키운 데 따른 것이었다. 당시 가격 상승은 공급 부족에 따른 것이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당시 운전자들은 원할 때 언제든 주유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마지막 번호와 날짜에 따라 제한적으로 기름을 넣을 수 있었다.

10일 현재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는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하며 배럴당 131.31달러에 거래를 마친 가운데 일부에서는 조만간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배럴당 200달러가 현실화될 것으로 관측, 원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급등이 몇 가지 요인이 결합된 합작품이라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1970~1980년대와 달리 공급 쇼크를 주요인에 포함시키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신흥국의 왕성한 원유 소비와 달러화 약세, 여기에 지속적인 상승에 베팅하는 투기 세력이 가세하면서 유가가 폭등한 것으로 진단한다.

뱅가드의 이코노미스트 조 데이비스는 "지난 6일 유가가 하루에 10달러 이상 급등한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유가가 실제로 배럴당 150달러, 175달러로 상승하면 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제시하는 적정 유가 수준은 배럴당 90달러. 달러 약세와 투자 수요가 유가를 적정 수준보다 밀어 끌어올렸다는 지적이다.

1970년대 이후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때 주식시장의 월간 상승률은 1.1%포인트씩 낮아졌다고 데이비드는 전했다.

최근 유가 급등이 투기세력에 의한 바가 크다면 적정 수준 이상으로 오른 부분은 자체적으로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실질적인 원자재 시장 가치에 비해 유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될 경우 소비자들이 원유 수요를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수석 경제 전략가인 제인 카론은 "이미 고유가가 수요를 줄어들게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정확히 언제 정점에 도달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일은 어렵다. 클리어브룩 파이낸셜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톰 소와닉은 "현재 원유 시장은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영역에 있고 그 정점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며 "다만 정말 심각한 경제적 파장이 나타날 때까지는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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