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눈물의 사의' 배경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8.06.1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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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내 권력투쟁, '정국통제력 마비'로 확대 차단 포석

- 李心 작용한 듯… 박 비서관과 1시간 면담
- 이 대통령, 인사파동 과오 인정
- 정두언 의원 '靑3인방' 사퇴 압박에 여당 동조

↑ 박영준 비서관(오른쪽)과 정두언 의원↑ 박영준 비서관(오른쪽)과 정두언 의원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국정파행 책임을 두고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공격을 받은지 이틀만인 9일 사의를 밝힌 것은 여권 내 권력투쟁 조짐이 정국수습기능 상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계로 보인다.



모양새는 박 수석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는 방식을 취했지만 '집안 싸움'으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민심이 더 악화되거나 '친박 문제'에 이은 제2의 내분이 발생하기 전에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당·청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박 비서의 사표제출에는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비서관은 2002년까지 11년간 이 의원의 보좌관을 역임했고 이후 이 의원의 지시에 따라 서울시장 경선 캠프에 합류해 이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박 비서의 막강한 파워의 원천에는 이 의원의 후원도 영향을 미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대통령이 이 의원을 청와대로 불러 조찬을 함께 하며 인적쇄신 등 국정수습책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의원과의 면담 후 박 비서관을 불러 1시간 가량 면담하는 자리에서 해임을 통보했다고 한다. 정 의원의 폭로로 인한 파장을 박 비서관의 경질선에서 마무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 비서관 역시 사의를 표하면서 정 의원의 지적을 인정해 물러난다기보다는 "대통령에게 누가 된다면 청와대에 한시도 머물 수 없다"고 사임의 변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앞서 이날 천주교 원로들과의 오찬에서 "(그간) 인선 과정에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도덕적 기준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인사 파동에 대한 과오를 인정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정 의원의 '당·청 4인방 폐해' 발언에 공감하며 책임론을 요구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 실패가 국정 무능 및 부도덕 인사로 이어져 국정실패까지 초래했다"며 "이제는 책임질 사람들이 각자 자기 거취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몽준 최고의원과 심재철 의원 등 상당수 의원들이 "읍참마속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비서관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정 의원이 '4인방 폐해'의 당사자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류우익 대통령실장,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여권 핵심부의 권력 재편 조짐이 가시화되면서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 쇄신 폭이 당초 예상보다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정 의원은 지난 7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일부 비서진들의 인사 전횡으로 국정혼선이 초래됐다"며 박 비서관에 대해 "이간질과 음해, 모략의 명수"라고 비판했다.

이에 박 비서관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인격살인", "비열한 짓"이라고 반박하며 논란이 빚어졌다.

박 비서관은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새 정부의 내각은 물론 청와대 참모진 인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 내 '왕 비서관'으로 불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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