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유가대책 유감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06.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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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고유가대책 유감


한나라당과 정부가 세금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의 고유가 대책을 발표했다. 국내에선 처음 시행되는 세금 환급이다. 10조원의 현금을 1380만명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보니 '쇠고기 정국을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 '대중 영합주의다' 등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런 지적을 예상한 듯 "4주 이상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당하고 협의해 고유가 대책을 마련했다"며 오랜 고민 끝에 내놓은 대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오름세가 가팔라져 무엇보다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적이고 신속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정책 수립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대책이 그간 이명박 정부가 내세워온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속에서 탄생했다. 정부가 어려운 대외여건에도 불구하고 그간 계속해서 '성장'을 외쳐왔던 이유도 여기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그간 인프라 건설, 일자리 확충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고유가 대책은 '성장'과는 전혀 관계없는 전형적인 '퍼주기식' '분배'로밖에 볼 수 없다.

성장잠재력 확충과는 더더욱 관계가 없다. 현 정부가 '분배주의'라며 그토록 비판했던 '참여정부'도 이 정도의 '퍼주기' 정책은 펴지 않았다.

민심 이반은 심각하지, 유가와 물가는 뛰지, 정부의 급한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급한 불 끄기식으로 단기대책에 급급하다면 이 정부가 내세우는 선진한국 건설이란 과제는 영영 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실용적인 정책의 유연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의 근간이 되는 철학이나 원칙이다. 한달이나 고민했다는 정부의 고유가 대책이 이 정부의 '원칙 없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인 것 같아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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