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비서관 파워가 어떻기에…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6.0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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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두언 의원 "박 비서관이 나라 망치고 있다" 주장
- "장차관·공기업 임원에 국장 인사까지 개입" 폭로
- 박 비서관측 "전권 운운은 터무니 없는 과장" 해명

↑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왼쪽)과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왼쪽)과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지금 청와대의 최고 핵심실세는 P씨다" 현 정부 출범 후 청와대 안팎에서는 P비서관의 막강한 파워를 전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P비서관의 파워는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초 비서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밖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누구누구가 실세라고 하는데, 청와대에는 실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P 비서관의 실명을 실세의 사례로 직접 거론했다.

당시 한나라당 공천과 각종 인사를 둘러싸고 여권 내부에서 파워게임의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대한 경고를 날린 것이지만 소문에 무성하던 P비서관이 전면으로 부상되는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흘러 P비서관이 언론의 전면에 등장했다.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평가받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작심발언을 통해서다. 정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B비서관은 노태우 정부의 박철언, 김영삼 정부의 김현철, 김대중 정부의 박지원, 노무현 정부의 안희정, 이광재 씨 등 역대 정권의 실력자들을 다 합쳐놓은 것 같은 힘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문 이니셜이 엇갈리지만 대통령이 말한 P비서관과 정 의원이 거론한 B비서관은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다.

정 의원은 "청와대 일부 인사가 국정운영보다는 장·차관 자리, 공기업 임원 등 이권이 되는 인사를 장악하는데 골몰하면서 이명박 정부에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비서관이 제일 문제다. 보좌관 한명(박 비서관은 11년간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보좌관을 역임했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원은 "박 비서관이 대통령의 말이라며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면서 정부 부처의 장차관은 물론 국장인사까지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박 비서관은 현 정부의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조정비서관은 총무, 인사, 의전, 연설기록비서관 등과 함께 대통령실장 직속기구다. 인사비서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박 비서관이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정권 출범 과정에서부터 형성된 역학구조 때문이다.

인수위 시절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을 맡은 박 비서관은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청와대와 내각 인선을 총괄했다. 당시 정 의원도 인선작업에 참여했지만 "정치적 야심 때문에 자기 사람을 심고 있다"는 말이 들어가면서 인사에서 배제됐다. 이후 인사는 박 비서관이 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부자(강남땅부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등 현 정권의 대표적 실책으로 거론되는 장관·수석 부실인사에 대한 비난이 제기되면서 한나라당 일부에서 박 비서관을 겨냥한 인책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박 비서관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맡으면서 실세의 파워를 자랑했다. 기획조정비서관은 청와대 내 모든 회의 결과와 후속조치를 취합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등 과거 정부의 국정상황실 기능에다 민정수석실에서 맡던 대통령실 감찰 업무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번 파동에도 불구하고 박 비서관의 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비서관 파워의 원천인 대통령과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신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청와대 관계자는 "폭탄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두언 의원도 상처를 입겠지만 박 비서관 역시 크나큰 내상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쇠고기 파문 수습을 위해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준비중인 시점에 이 같은 발언이 터졌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정 의원이 절묘한 '타이밍'을 잡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박 비서관측은 "국정전반을 다루는 기획조정비서관을 맡다보니 박 비서관의 역할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며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파문 수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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