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25만가구 '60조 돈맥경화?'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2008.06.0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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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자금난에 줄줄이 회사채 발행

- 실제 미계약 아파트 정부 발표치의 배에 달해
- 건설사, '미수채권'에 전전긍긍… 정부는 '뒷짐'
- 전매제한·대출규제 등 정부차원 특단대책 절실


건설업계에 미분양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공식 통계상 올 3월 말 현재 미분양아파트 물량은 13만1757가구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25만가구를 넘어섰다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앞으로 입주할 단지 가운데 미입주 예상분까지 포함할 경우 30만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분양가로 감안하면 무려 50조~60조원 가량이 묶여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택지비를 비롯해 업체들(시행사 포함)의 선투자 금액이 총 사업비의 30~40% 선이란 점에서 적게는 15조원에서 많게는 24조원 정도를 깔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처럼 정부 발표치와 업계 예측치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즉 건설업체들은 자사 이미지나 분양성 등을 고려, 미분양 물량 신고에 소극적이다. 문제는 이처럼 불확실한 통계 때문에 시의적절한 정부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자재비 상승 등 원가 상승 요인만 발생하고 있을 뿐, 정작 뚜렷한 해소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주택사업을 전문적으로 영위해 온 중견업체들의 경우 더욱 심하다.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짤 수 있는 대형업체에 비해 사업 다각화가 쉽지 않은데다, 브랜드 경쟁마저 밀려 상대적으로 고통이 더 크다.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쌓여가는 미분양 만큼이나 늘어나는 '미수채권'이다. 통상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시 투입하는 자금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공사비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받지 않고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충당한다. 그만큼 계약률이 낮을 경우 공사에 투입할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각종 금융조건을 완화한 경우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들어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건설기업들이 잇따라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는 것도 궁극적으론 미분양 때문이다. 미분양이 늘면서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통한 공사금 확보가 어렵게 되자,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재비와 하도급 대금, 시행사 지급보증 상환 등에 나서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들어서만 회사채를 발행한 건설기업은 대우건설 (3,725원 ▲5 +0.13%), GS건설 (15,160원 ▲90 +0.60%), 동부건설 (4,780원 0.00%), 한일건설 (0원 %) 등을 비롯해 모두 20여개사로, 차입금만 벌써 조단위를 넘어선다. 현준식 GS건설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자율이 5~6%대인 단기차입금 상환을 위해 6~8%대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며 "그만큼 건설업체들은 이자부담에 치이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아우성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게 전매제한과 함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전체적인 경기가 좋지 않아 타이밍상으로는 이미 늦었지만, 전체 순환을 위해서라도 고가주택에 대한 금융규제 등을 풀지 않으면 더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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