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포위된 靑, 잇단 구설수 논란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6.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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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 주사파 발언 진위 논란
-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 시위대 사탄 지칭해
- 비상시기에 부적절한 발언으로 오해 자초, 눈총

72시간 릴레이 촛불시위에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등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좌파세력의 개입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시위 참가자를 '사탄'으로 지칭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휩싸였다. 청와대는 즉각 부인했지만 비상시기에 부적절한 오해를 빚을 수 있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가뜩이나 여권 내부에서 책임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는 등 권력투쟁 양상까지 보이고 있어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李대통령 '주사파 발언' 논란= "주사파라고 발언했다" "그런 적 없다" 8일 청와대에서는 때아닌 주사파 논쟁이 벌어졌다.

한 인터넷 언론은 이명박 대통령이 6일 불교계 원로와의 대화에서 "촛불시위의 배후에 주사파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주사파와 북쪽에 연계된 학생들이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는 활동을 안 하다가 내가 집권하니까 활동을 하는 것 같다. 이 사람들이 뒤에서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소나기가 올 때는 피하면 된다"는 말도 했다고 보도했다.

촛불시위의 순수성을 폄하하는 발언인데다 가뜩이나 여권에서 여러 차례 촛불시위 배후론을 거론한 터라 파장은 컸다.


청와대는 즉각 사실을 부인했다. 이 대통령은 '주사파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참가자의 전언을 들은 제3자의 발언을 토대로 잘못 보도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한총련 학생들이 촛불시위에 가담하고 있어 걱정이다. 빨리 경제를 살려서 서민도 살려야 하고 젊은 사람 일자리 만들 책임이 나한테 있다'고 말했을 뿐 주사파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이 '소나기가 올 때는 피하면 된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발언은 행사에 참석한 스님이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스님이 '소나기는 피하라는 말이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이 '고맙다'는 말 외에 다른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7일 기독교 지도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일은 그 때(노무현 정부) 다 벌여 놓은 것"이라고 말하자 "그때 처리했으면 이런 말썽이 안났지"라고 답해 책임을 모면하려는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사탄 발언했지만 시위대 지칭하지 않아 =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사탄 발언도 논란을 빚었다.

일부 인터넷 언론은 추 비서관이 지난 5일 한국기독교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촛불시위가 정치집회로 변질되고 있다. 왜곡과 과장 때문에 이익을 볼 수 있는 세력이 누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추 비서관은 이날 "한국미래포럼 창립2주년 및 감사예배에 참석해 연설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촛불시위 참석자들을 폄하하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추 비서관은 "연설 말미에 "앞으로도 이 나라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더 많은 가르침과 채찍질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라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추 비서관은 "연설에서 거론한 '사탄의 무리'는 기독교계에서 기도나 연설 말미에 통상적으로 쓰는 관행적 표현일 뿐 특별한 집단을 지칭해 발언한 것은 결코 아니며, 이는 연설 전문을 살펴보면 명확히 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추 비서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탄이라는 용어와 촛불시위 참가자들을 연계시키려는 것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음모론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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