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 시위대 사탄 지칭해
- 비상시기에 부적절한 발언으로 오해 자초, 눈총
72시간 릴레이 촛불시위에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등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가뜩이나 여권 내부에서 책임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는 등 권력투쟁 양상까지 보이고 있어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인터넷 언론은 이명박 대통령이 6일 불교계 원로와의 대화에서 "촛불시위의 배후에 주사파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주사파와 북쪽에 연계된 학생들이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는 활동을 안 하다가 내가 집권하니까 활동을 하는 것 같다. 이 사람들이 뒤에서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소나기가 올 때는 피하면 된다"는 말도 했다고 보도했다.
촛불시위의 순수성을 폄하하는 발언인데다 가뜩이나 여권에서 여러 차례 촛불시위 배후론을 거론한 터라 파장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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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즉각 사실을 부인했다. 이 대통령은 '주사파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참가자의 전언을 들은 제3자의 발언을 토대로 잘못 보도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한총련 학생들이 촛불시위에 가담하고 있어 걱정이다. 빨리 경제를 살려서 서민도 살려야 하고 젊은 사람 일자리 만들 책임이 나한테 있다'고 말했을 뿐 주사파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이 '소나기가 올 때는 피하면 된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발언은 행사에 참석한 스님이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스님이 '소나기는 피하라는 말이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이 '고맙다'는 말 외에 다른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7일 기독교 지도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일은 그 때(노무현 정부) 다 벌여 놓은 것"이라고 말하자 "그때 처리했으면 이런 말썽이 안났지"라고 답해 책임을 모면하려는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사탄 발언했지만 시위대 지칭하지 않아 =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사탄 발언도 논란을 빚었다.
일부 인터넷 언론은 추 비서관이 지난 5일 한국기독교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촛불시위가 정치집회로 변질되고 있다. 왜곡과 과장 때문에 이익을 볼 수 있는 세력이 누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추 비서관은 이날 "한국미래포럼 창립2주년 및 감사예배에 참석해 연설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촛불시위 참석자들을 폄하하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추 비서관은 "연설 말미에 "앞으로도 이 나라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더 많은 가르침과 채찍질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라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추 비서관은 "연설에서 거론한 '사탄의 무리'는 기독교계에서 기도나 연설 말미에 통상적으로 쓰는 관행적 표현일 뿐 특별한 집단을 지칭해 발언한 것은 결코 아니며, 이는 연설 전문을 살펴보면 명확히 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추 비서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탄이라는 용어와 촛불시위 참가자들을 연계시키려는 것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음모론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