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펀드 수수료 왜 다른가 했더니…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8.06.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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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호로 갈수록 수수료 비싸… 판매보수 상승이 가장 큰 원인

펀드 초보 H씨(27세)는 얼마 전 자신이 가입한 시리즈 펀드의 수수료가 동일 펀드 가운데 가장 비싸다는 걸 알고 뭔가 속은 기분이 들었다. 3년 누적수익률이 160%에 달한다는 1호 펀드에 투자하려고 했으나 이미 판매가 중지돼 어쩔 수 없이 4호 펀드에 가입했던 것. 당시 판매사 직원은 "설정 시기만 다를 뿐 운용 전략은 비슷하다"며 후속 펀드 가입을 독려했지만 수수료는 더 비쌌고 시간이 갈수록 수익률 격차는 벌어졌다.

현재 국내 설정된 주식형펀드 중 시리즈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디스커버리', '인디펜던스', 한국운용의 '한국삼성그룹적립식' 등 10여개. 운용사별로 상황은 다르나 '역사'가 오래된 시리즈 펀드일수록 1호 펀드와 후속 펀드간 수수료 차이가 크다.



2001년 설정된 '미래에셋디스커버리'는 선취수수료를 포함한 총 보수가 연 2.09%에 불과하지만 4년 후 출시된 2, 3호로 갈수록 2.5%, 2.6%로 올라간다. 한국운용의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도 1호 수수료는 2.4%지만 2호는 2.73%에 달한다.

그렇다고 수수료와 성과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미래에셋디스커버리'의 경우 1개월(-3.04%) 단기 성과에선 2호(-2.65%), 3호(-3.22%)보다 낮지만 1년 이상 장기로 갈수록 최소 5%포인트의 초과 수익률을 자랑한다. 후속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로선 수수료를 더 주고도 상대적으로 적은 이익을 갖게 되는 셈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운용사 입장에선 마케팅차원에서 '간판 펀드'인 1호 펀드의 수익률 관리에 가장 신경쓰고 그것을 지렛대삼아 나머지 2, 3호 펀드의 수수료를 높여 돈을 벌어들인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측은 "디스커버리나 인디펜던스 1호는 펀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2001년 뮤추얼펀드로 설정돼 수수료가 저렴한 편"이라며 "2005년 이후 펀드가 대중화되면서 운용 전략이나 판매사 유치 경쟁 등으로 수수료는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수수료가 높아지는 데는 판매보수 증가가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판매사의 입김이 점점 세지는 상황에서 운용사가 판매창구 확대 비용을 투자자에게 전가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디스커버리'는 후속 펀드로 갈수록 운용보수나 수탁보수가 오히려 감소한 반면 판매 수수료(선취 포함)는 1%에서 '2호' 1.65%, '3호' 1.75%로 늘어났다. '인디펜던스' 시리즈 가운데 'K-2Class A', 'K-3Class A'의 수수료가 가장 비싼 것도 판매보수가 1호 1.67%에서 1.75%로 뛴 영향이 크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시리즈 펀드 1호 판매 성공으로 이후 2,3,4호가 인기를 끄는 곳은 한국 펀드 시장이 유일하다"며 "운용사 입장에선 마케팅 효과가 크겠지만 비슷한 성격의 펀드를 남발해 운용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만큼 투자자로선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리즈펀드 수수료 왜 다른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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