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정몽구 회장의 '빈자리'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8.06.0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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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 삽을 뜬 유럽공장은 글로벌 생산체제를 완결하는 중요한 생산거점이 될 것입니다."

지난해 4월 25일, 체코 동북부 오스트라바 인근의 노소비체 지역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체코공장 기공식에서 정몽구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유럽 최고품질의 차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슈+] 정몽구 회장의 '빈자리'


정 회장은 기공식이 끝난 뒤에도 밝은 표정으로 한국에서 건너온 취재진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며 브라질 완성차 공장 건설 검토 등 향후 계획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기공식은 2006년 5월 체코측과 공장건설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한 지 1년여가 지난 뒤에야 열렸다. 같은해 3월 불거진 현대차 비자금 사태로 인해 기공식이 수차례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차질을 빚었던 것은 체코공장 뿐이 아니었다. 기아차 (105,600원 ▲2,100 +2.03%) 조지아주 공장 기공식 및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식 등도 잇따라 연기하거나 행사내용을 부랴부랴 바꾸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현대·기아차는 '정 회장이 해외 생산기지 건설 행사에는 반드시 참석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비자금 사건 재판부에 해외공장 건설 사실을 알리고 재판일정의 조정을 요청했을 정도였다.

정 회장은 틈만 나면 해외 생산 및 판매 현장을 찾는다. 현장에서 경영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얻고 곧바로 현장에서 메시지를 던지는 스타일이다.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판매에 적극 나서야만 세계적인 브랜드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아차 중국 옌청 공장 준공식에 이어 현대차 인도공장 준공식(올 2월), 현대차 베이징 2공장 준공식(4월) 등 그동안 열린 해외 생산기지 건설행사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그러나 지난 5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현대차 러시아 공장 기공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누가 참석을 못하게 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정 회장은 앞서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방문 수행단에서도 스스로 빠졌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하루전날 열린 재판에서 내려진 결정의 중요성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숙하는 차원에서 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을 대신해 기공식 대표로 참석한 서병기 부회장, 최재국 사장 등 현대차 경영진들 사이에서도 허전한 표정이 엿보였다. 기공식에 참석한 국내외 관계자들 역시 "정 회장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큰 것 같다"고 한마디씩 했다.

기공식 참석자들이 느꼈던 '정 회장의 큰 빈자리'는 정 회장의 향후 행보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정 회장과 현대·기아차그룹 모두 자신들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의미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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