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靑, 대대적 경질로 활로찾나

송기용 기자 2008.06.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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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수석, 6일 일괄사의 표명, 내각도 뒤따를 듯
- 6.4재보선 참패-민심이반 수습위해 큰폭 개각 불가피
- 쇠고기 재협상 요구도 거세져

위기의 靑, 대대적 경질로 활로찾나


쇠고기 파동이 결국 청와대와 내각을 집어삼킬 기세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이 6일 쇠고기 파동 등 최근의 사태와 관련,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내각도 이를 뒤따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인적쇄신을 최소화하면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라는 카드로 국면을 타개하려 던 이명박 대통령의 구상은 6.4재보선 참패와 날로 거세지고 있는 촛불시위 등 민심이반에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靑 수석 일괄사의 표명=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수석비서관들이 책임을 느끼고 있고, (인책을 바라는) 국민여론도 알고 있다“며 ”류우익 대통령실장에게 전원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실장이 일괄사표를 받았다는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실장 본인도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수석진의 일괄사표 제출은 며칠전부터 거론됐던 사안이다. 이 대변인은 "이전에도 일부 수석들이 개인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대통령실장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지만 대통령께서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일들 열심히 하라'고 만류했다"고 설명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대로는 더 이상 갈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고 결국 일괄사표를 제출하고 이같은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내각도 靑 뒤따를 듯= 내각도 청와대를 따라 일괄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아직까지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수석비서관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만큼 내각도 사의 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까지만 해도 인적쇄신을 최소화한다는 구상 아래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와 ‘물가,유가안정 등 민생안정책’을 마련하는데 주력했다. ‘30개월’ 카드가 촛불시위의 열기를 일정부분 가라앉힐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초부터 계속내린 비로 시위대 숫자가 줄어든 것도 이같은 기대를 키웠다. 9일로 예정된 ‘국민과의 대화’를 무기한 연기하는 등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6.4재보선 참패로 대통령의 구상은 산산조각났다. 대선에서 압승했던 수도권은 물론 텃밭인 영남에서도 여당 후보가 줄줄이 낙선하는 등 민심이반 현상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전날부터 시작된 '72시간 릴레이 집회'에 수만명의 시민이 동참하는 등 촛불시위 열기가 줄어들지 않고 있고 오는 10일 6월항쟁 21주년 기념식, 13일 효순.미선 추모식 등 대규모 시위가 줄줄이 예고됐다.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돼 10% 후반대에 고착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큰 부담이다. C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7.6%p 빠진 16.9%로 나타났다. 지난 2일 YTN 조사에서 나온 17.1%보다 더욱 하락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6년 12월 사학법 재개정 논란 당시 기록했던 최저치인 12.6%에 근접했다.

◇인적쇄신으로 돌파구 찾나= 6.4재보선 참패와 가열되는 시위, 여론지지 급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대대적인 개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일괄사의를 표명한 청와대 수석진의 경우 대통령의 최측근인 류우익 대통령실장부터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류 실장이 청와대 조직을 총괄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쇠고기 사태 확산에 책임이 있는 이종찬 민정수석과, 박재완 정무수석, 김중수 경제수석, 김병국 외교안보수석도 경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장관들도 상당수가 인적쇄신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등 쇠고기 파문의 직접 관련자는 물론 특별교부금 파문을 일으킨 김도연 교육부 장관은 경질 1순위다. 여기에 물가,유가폭등 등 경제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인위적 환율개입으로 후유증을 남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각료들도 교체대상 물망에 오르고 있다.

◇쇠고기 재협상은 어떻게 되나= 여권 내부에서는 현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함께 쇠고기 재협상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만큼 재협상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상황이 엄중한데도 청와대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며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통상마찰 등을 이유로 재협상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불교계 원로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마찰 등으로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며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무책임하게 재협상을 애기할수는 없다”고 말해 야당과 시위대의 재협상 요구를 거부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통상국가인데 지금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마찰 등으로 엄청난 문제가 생기고 자동차, 반도체 등 우리 상품의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차원의 자율규제를 통해 쇠고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문제의 핵심은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 차원의 재협상이 아니라) 민간이 하더라도 사실상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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