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가방이 여자의 손목을 망가뜨린다

이성호 현대유비스병원 원장 2008.06.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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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의사들이 쓰는 건강리포트

다친 기억도 없는데 손목이 아프다고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특히 손목통증을 호소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최근 손목통증으로 내원한 젊은 여성 환자들 대부분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통증이 점차 커져서 회사일은 물론 집안일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왜 자신의 손목이 아픈지 그 이유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들 환자의 손목통증 주범은 바로 무거운 가방. 거기에 과다한 컴퓨터 사용이 더해져 손목통증을 가중시킨 것이다.
 
여성은 선천적으로 근육과 관절, 인대가 남성에 비해 연약하다. 여기에 20~30대 젊은 층은 업무처리나 보고서 작성, 메신저, 블로그나 미니홈피 관리 등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낸다. 또 손빨래나 설거지, 청소 등의 집안일로 인해 손목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손목통증이 큰 병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손목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으로 통증이 지속되면 많은 불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 손목 관련 질환은 손목터널증후군이다. 남녀 모두에게 발생하지만 주로 여성에게서 5배 더 많이 발생한다. 손과 손목 부위가 저리고 경련이 일어나는 증상으로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 사용처럼 반복되는 손목 사용이 원인이다.

가방에 소지품 많이 넣으면 손목 부담
 
최근에는 여성의 손목을 약하게 하는 숨은 변수가 있다. 2~3년 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명품가죽가방이다. 일부 가방은 3초마다 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다고 해 ‘3초백’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이처럼 명품가방이 보편적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지만 손목이 약한 여성들에게는 좋지 않다.
 
유행하는 대표적인 명품가방의 스타일은 보스턴백. 미국 보스턴 대학생들이 처음 사용하여 생긴 명칭으로 바닥이 직사각형이고 위는 둥그스름하며 가운데가 불룩하게 나온 여행용 손가방이다. 여행용 손가방답게 수납공간이 넉넉한 것이 장점으로 젊은 여성들의 필수품인 화장품파우치, 지갑, MP3나 PMP, 다이어리, 미니게임기 등을 모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다. 따라서 크기에 비해 가벼운 재질로 만들어졌다 해도 많은 소지품을 넣고 다닐 경우 손목과 팔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소지품을 많이 넣지 않더라도 명품가방은 두꺼운 가죽 소재로 만들어져 합성피혁에 비해 무겁다. 특히 손잡이 부분에 중량의 가죽을 두른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가방에 멋을 더하는 커다란 쇠사슬 체인이나 자물쇠, 로고 같은 금속재질의 장식이 더해지면 가방의 기본 무게는 훨씬 무거워진다. 출퇴근 시간 손에 들고 다닐 때도 무리가 되지만 손목에 걸치기라도 하면 2~3kg에 달하는 무게 하중이 손목관절에 직접적으로 가해지게 된다.
 
무거운 명품가죽가방은 손목뿐만 아니라 손가락에도 많은 부담을 준다. 심할 경우 손가락을 구부릴 때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듯한 느낌의 ‘방아쇠 수지’로 발전할 수도 있다. 방아쇠 수지는 손가락뼈의 전방에 있는 힘줄막이 두꺼워져서 힘줄이 쉽게 통과하지 못해 발병하는 것으로 손을 구부리기 힘들고 구부렸다가도 다시 펴지지 않는 증상을 보인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닐 때 외에도 요리 시 칼질, 골프채를 꽉 잡는 동작들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손목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드는 가방보다 어깨에 메는 가방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가방의 재질도 무거운 가죽보다는 PVC(염화비닐)백이나 에나멜 처리된 비교적 가벼운 소재의 가방이 좋다. 가죽 가방을 선호한다면 염소 가죽이 가벼운 편이다. 캔버스 소재는 축 처지는 성질 때문에 내용물이 더 무게감 있게 느껴질 위험이 있으므로 피하도록 한다. 어깨에 멜 때도 가방과 반대쪽 어깨에 엇갈리게 메어야 더 안정감 있고 가방의 무게를 분산시켜 관절에 부담을 덜 준다. 또 틈틈이 손목 돌리기나 털기, 깍지 끼고 앞으로 뻗기 등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자들의 손목을 위협하는 행동
 
▶컴퓨터 마우스와 키보드 사용
 
컴퓨터를 할 때 보통 손목이 책상에 닿은 상태에서 손만 위로 꺾은 자세가 된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손목에 신경이 지나가는 길이 좁아져 신경을 누르게 돼 손목통증을 부른다. 컴퓨터 사용 시에는 자판의 높이를 손목과 비슷하게 맞춰 각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우스를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에는 오른손만 사용하지 말고, 컴퓨터의 설정을 바꿔 왼손도 함께 쓸 수 있도록 한다. 만약 컴퓨터 사용 중 손이 저리거나 통증이 생기면 일을 중단하고 따뜻한 물에 손을 담가 5∼10분 정도 쥐었다 펴주기를 반복하는 것이 좋다.
 
▶유리 그릇, 무쇠후라이팬 사용
 
유해 환경호르몬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정용 플라스틱 제품 대신 유리 제품이, 코팅후라이팬 대신 무쇠후라이팬을 사용하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유리나 도자기로 만들어진 제품은 기존 플라스틱 제품에 비해 몇 배 더 묵직하다. 주방그릇이나 밀폐용기의 경우 가정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하는 제품이므로 손목이 약한 여성이라면 무리를 주기 쉽다. 프라이팬 역시 스테인리스의 경우 바닥이 3중 혹은 5중으로 되어 있거나 몸통 전체가 3중, 5중으로 되어 무게가 상당하다. 무쇠프라이팬은 아무리 작은 사이즈라고 해도 1kg은 기본으로 넘는다. 요리 시나 설거지 시 손목통증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양손을 사용하고, 밀폐용기의 경우 뚜껑을 닫을 때 손대신 팔꿈치를 이용해 눌러주는 등 손목과 손가락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아이 돌보기
 
아이를 돌보게 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를 안고, 들어 올려야 한다. 하지만 7개월 된 아기는 보통 7kg, 돌 전후 아이는 10kg이 넘게 나간다. 출산 후 관절과 인대가 느슨하게 늘어난 상태에서 아이를 안고 돌보는 일은 여성의 손목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 모유수유를 하거나 분유를 먹일 때는 한 손으로 아이를 받치지 말고, 아이를 받치는 팔 밑에는 푹신한 쿠션을 놓아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다. 아이를 안을 때도 두 팔로 아이를 받쳐 온몸에 힘이 골고루 가도록 한다.
 
▶DSLR 카메라로 사진 찍기
 
최근 디지털카메라의 트렌드는 DSLR이다. 손에 가볍게 잡히던 똑딱이 디카의 시대는 지나고 선택받은 사람들의 카메라 같았던 DSLR이 유행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DSLR카메라는 크고 무겁다. 보통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DSLR의 경우 바디와 세로그립, 배터리 등을 포함하면 1.5kg이 넘는다. 여기에 보통 500g을 초과하는 렌즈와 외장 스트로브 등을 포함하면 2~3kg이 된다. 또 눈을 높일수록 카메라 바디의 크기는 커지고 무게는 무거워진다. 손목이 튼튼한 사람이라 해도 장시간 촬영하면 뻐근함을 느낄 수 있다. DSLR을 사용할 때는 한 손으로 카메라를 잡는 행동은 피한다. 또 손에 들고 움직이기보다 어깨에 메서 무게를 덜어주도록 한다.

◆ 이성호 현대유비스병원 원장
- 순천향의대 및 동 대학원 졸업
- 의학박사, 정형외과 전문의
- 순천향의대 정형외과 외래교수
- 가천 갈 의과대학 정형외과 외래교수
- 대한척추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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