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하나로' SKT '속앓이'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08.06.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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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후 하나로 고객정보 유출 악재터져… 국내기업만 '된서리'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SK텔레콤 (51,400원 ▼200 -0.39%)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유·무선 결합서비스 시너지를 기대하고 1조800억원을 들여 인수한 하나로텔레콤 (4,015원 ▼100 -2.4%)이 고객정보 유출사건이 휘말리면서 두어달 넘게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데다, 이로 인해 소비자 집단소송까지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방송통신위원회까지 3개월 영업정지 또는 이에 준하는 과징금 부과조치를 내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나로텔레콤 사태로 SK텔레콤 역시 '사면초가' 상태다.



SK텔레콤은 이번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이 하나로의 전 대주주인 뉴브리지·AIG에게 있다고 판단해, 뉴브리지·AIG를 상대로 1278억원 상당의 가처분 소송을 냈다. SK텔레콤 입장에선 '전 주인의 불법행위'까지 인수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뉴브리지·AIG 사모펀드는 '사전에 고지했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양측 진실공방은 법정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집단소송에 방통위 제재까지 '사면초가'



사실 SK텔레콤에게 발등에 떨어진 불은 '방통위의 제재'다. 10일로 예상되는 방통위의 하나로 제재는 이번 사건의 분수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개월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면, 현재 월 7∼8만명에 이르던 초고속인터넷 해지건수는 3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시내전화, 하나TV 등 다른 서비스의 가입자 이탈까지 고려하면, 인수에 따른 시너지는 커녕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하는 지경에 이를 지도 모른다는 게 SK텔레콤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방통위 제재수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하나로를 상대로 집단소송한 소비자는 3000명 수준이다.

하나로 집단소송을 대리하는 한 변호사는 "현행 개인정보관련 법만으로도 하나로에 대한 승소가 가능하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경찰이 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밝혔고, 방통위까지 위법행위로 규제할 경우 하나로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얘기다.


이를 근거로 소비자들의 줄소송이 이어지면, 하나로는 그야말로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하나로에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은 1인당 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엔씨소프트에 10만원, 국민은행에 2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매출 1조8000억원 규모의 기업이 하루 아침에 문을 닫을 수 있는 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外資가 지은 죄, 국내기업이 된서리"

엄밀히 따지면, 하나로 개인정보 유출사건의 책임자는 전 대주주인 외국자본 '뉴브리지·AIG'다. 현 대주주인 SK텔레콤은 외자에게 기업을 인수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책임을 고스란히 덮어쓰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이 외자를 대상으로 1278억원의 가처분 신청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법원이 SK텔레콤의 가처분을 받아들여 127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게 되더라도, SK텔레콤 입장에선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1278억원으로 소비자 집단소송 피해액을 감당할 도리도 없고, 땅에 떨어진 기업 이미지를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리한 법정공방에서 이겨도 SK텔레콤에겐 '상처뿐인 영광'인 셈이다. 때문에 SK텔레콤의 가압류 신청은 손해배상보다 자사도 피해자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무책임한 경영이 기업에 어떤 폐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그 피해는 소비자 뿐 아니라 이를 인수한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이번 사건으로 감당해야 할 유무형의 피해액은 현재로선 산출할 수도 없을 정도"라며 "따라서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는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악의 사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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