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무디스 왜 그랬을까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6.0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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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인 MBIA와 암박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하자 금융시장이 적지않게 출렁였다.

무디스는 연초에도 이들 모노라인을 하향 조정 대상에 올려놓았다. 당시 1, 2위 모노라인의 등급이 하향될 수 있다는 소식은 파문이 컸다. 하향되면 이들이 보증을 선 1조달러 규모의 채권에 대한 신뢰도에 흠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채권 보증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고 이는 가뜩이나 경색된 모기지증권 시장에 결정타를 날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신용경색이 베어스턴스 매각을 계기로 정점을 지났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 무디스는 왜 다시 옐로 카드를 꺼냈을까. (두번째 옐로 카드면 축구에서는 퇴장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이번 경고는 지난달 중순의 견해를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4일 무디스 계열의 무디스코퍼레이션은 성명을 통해 MBIA와 암박의 홈에퀴티론, 부채담보부증권(CDO) 관련 손실이 예상보다 크다며 이들 채권보증업체들이 'Aaa' 신용등급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들 모노라인이 최고의 등급을 잃을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주가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70달러에 육박하던 MBIA 주가는 이날 5.65달러로 떨어졌다. 90달러에 근접하던 암박 주가는 2.49달러로 주저앉았다. 참혹하다. 이날 하락률은 각각 16%, 17%였는데, 최고등급 유지를 위한 자본확충마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가세했다.

투자은행 못지 않게 신평사들은 이번 신용경색의 한복판에 있다. 특히 무디스가 그렇다. 무디스의 신뢰는 요즘 말이 아니다.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헤서웨이가 19%의 지분을 갖고 있는 무디스는 △버크셔와의 유착 혐의 △모기지증권 폭락에 따른 회장 낙마에 이어 최근에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파생상품에 대해 최고등급을 잘못부여한 것으로 알려지며 구설수에 올랐다. 주가도 급락했다. 체면이 이만저만 아닌 것이다.


투자자나 고객 신뢰도 문제지만 감독당국의 냉담한 시선도 적지않은 부담이다. 그런 무디스가 당국의 최대현안인 신용경색 공포에 불을 지르는 카드를 빼들었다. 시쳇말로 '잘 보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당국이 가장 싫어할 만한 사고를 친 양상이다.

여러 해석이 나온다. 가장 '재미있는' 관측은 이전처럼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신평사로서 할 일을 했다는 것이다. 오래전 했어야할 일을 뒤늦게 하면서 스스로 자손심을 살리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시각이다.



다시말해 시장상황을 감안해 내린 결정으로, 등급 하향이 가시화되더라도 증시는 이전처럼 패닉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의 배경이 됐다.

'이제는 내려도 된다'는 당국의 확답을 듣고 무디스가 카드를 꺼냈다는 음모론도 있었다.

이에 대해 그 정도로 신용경색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는 무서운 반론도 나왔다. 무디스가 당국과 협의해 모노라인의 등급을 조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저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은행주들의 행보는 심상치 않다.



하루 뒤 발표되는 5월 고용지표를 앞두고 5일 뉴욕증시는 무디스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것으로 보인다. 버라이존의 올텔 인수 시도에 따라 M&A 테마는 여전히 관심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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