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침묵·장고…응전 모색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8.06.0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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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집회 1달째, 오늘부터 72시간 철야 시위
- 재보선 참패, 30개월령 쇠고기 재협상 난항
- 與 국정쇄신안 압박

靑, 침묵·장고…응전 모색


'침묵, 장고, 그리고 응전 모색.' 쇠고기 정국으로 벼랑 끝에 몰린 청와대의 기류를 압축하는 단어다.



청와대는 5일 침묵을 지켰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 대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요청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여당의 6.4 재보선 참패로 청와대 책임론이 격화되고 있는 데도 "재보선 결과까지 청와대가 논평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언급을 피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안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서둘러 전체적인 입장을 정리하고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다"며 "지금은 뭘 해도 민심을 쉽게 돌리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장고에 들어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성난 여론에 밀려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수입을 막겠다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촛불민심은 좀체 사그라지지 않고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측은 재협상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쇠고기 수출업체가 자율적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금지하는 선에서 문제를 풀려하고 있다.


청와대로선 촛불민심과 미국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 청와대가 TV 생중계 '국민과의 대화'를 당초 9일로 잡았다 무기한 연기하고 국정쇄신안 발표를 늦추는 것도 현재 위기에 대한 타개책이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아군'인 한나라당에서조차 재협상과 고강도 쇄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청와대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재보선 참패의 충격 속에서 "민심 수습을 위해 개각 등 인적쇄신을 가급적 상당 폭으로 빨리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청와대의 결단을 촉구했다.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은 "그동안 문제됐던 내각이나 청와대 인적교체, 쇠고기 파동을 비롯해 한반도 대운하 등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책에 대한 겸허한 반성을 포함해 폭넓은 개각을 단행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에 내놓을 대책이 무엇이든 쇠고기 사태를 완전히 마무리지을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절박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대통령 대국민담화가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는커녕 부채질 했다는 전례에 비쳐 대책 마련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미국측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를 요청한 것까지 별다른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부담감도 크다. 자칫 미국과 관계만 악화되고 5년여 남은 임기 내내 여론과 정치권에 휘둘리는 '식물정부'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6일부터 종교계 인사를 필두로 각계 인사들과 대화에 나서기로 한 것도 충분히 여론을 수렴한 뒤 대책을 마련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며 5일부터 시작되는 72시간 철야 등 촛불 민심을 지켜보자는 생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결국은 이 대통령의 상황 인식과 결심에 달려 있는 문제"라며 "인적쇄신을 마지막 수순으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려 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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