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치인 장관도 좋지만…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6.0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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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의 여의도 편지]

편집자주 별명이 '제비'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릅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 이유도 명확치 않습니다. 이름 영문 이니셜 (JB) 발음에 다소 날카로운 이미지가 겹치며 탄생한 것 같다는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이젠 이름보다 더 친숙합니다. 동여의도가 금융의 중심지라면 서여의도는 정치와 권력의 본산입니다. '제비처럼' 날렵하게 서여의도를 휘저어 재밌는 얘기가 담긴 '박씨'를 물어다 드리겠습니다.

# 2005년 1월23일 일요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을 찾았다. 예고 없는 방문이었다. 교육부총리 인선 작업에 대한 해명이 목적이었다.

그 해 1월4일 부분 개각 때 교육부총리로 임명됐던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이 도덕성 문제로 낙마했다. 청와대에서 후임자를 물색하던 중 김효석 의원에게 부총리직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의원은 집권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하지 않고 옛 민주당에 남았던 인물. 김 의원의 교육부총리 기용설은 당시 정가에 파다하게 퍼져있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설과 맞물리며 파장이 커져갔다.

# 노 대통령은 해명성 간담회 자리에서 김효석을 교육부총리로 마음에 둔 이유를 밝혔다. 평소 생각하고 있던 장관 기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때 나온 게 정치인 장관의 필요성이다. 노 대통령의 설명이다.



"장관에 대해 전문성을 말한다. 그런데 장관은 전문가를 활용할 줄 알고 밖의 이해관계를 잘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제일 좋은 장관이다.

저는 정치인 장관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무직의 대표가 장관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정무직은 바로 국회의원, 정치인이다. 정치인이 책임정치에 맞다. 전문가를 잘 조직하고 활용할 것이다"

# 김효석 발탁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노 대통령의 정치인 장관론은 이후에도 계속 시도됐다. 참여정부 때를 돌이켜보면 정치인 장관이 많았다.


이해찬 한명숙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정동채 유시민 박홍수 이재용 오거돈 ….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2005년 7월 개각 때는 '정치인 과반 내각'까지 탄생했다.

평가는 엇갈렸다. '집권세력의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주장과 '권력분립 원칙을 깬 또 다른 코드인사'란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다.

비판의 목소리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나왔다. 이 때문일까. 현 정부 첫 내각에는 정치인이 전무하다. 학자, 민간 출신이 주를 이루고 정치인 장관은 없다.

#그러나 불과 100일만에 상황은 변했다. 정치인 장관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친다. 진원지는 옛 야당, 현 여당 내부다.

정치인 입각 명단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 지 오래다. 지난 총선 때 떨어진 낙선자들도 포함돼 있다.

"정무적 감각이 필요하다" "당정간 호흡을 위해서도 정치인이 입각해야 한다" "책임정치에 맞다" 등 옛 논리가 동원됐다.

이면에는 학자 출신 장관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깔려 있다. 정치력을 발휘해 설득하는 조정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정치인 장관이 이 복잡한 국면을 일거에 타개해 줄지는 의문이다. 현 정부 출범을 준비했던 인수위원회만 봐도 그렇다. 정치인들이 대거 배치됐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당시 인수위원들은 국회의장에 내정된 김형오를 비롯 맹형규, 박진, 정두언, 박형준, 진수희, 최경환, 이주호, 박재완 등 면면이 화려했지만 결과는 '글쎄요'다.

'출신'보단 '소통 가능한 사람'을 찾는 게 먼저다. 'MB의' 뜻을 전달할 사람보다 국민의 뜻을 'MB에게' 전달할 인사를 찾는 게 이번 '선수 교체'의 목적이 돼야 한다. 정치인이건, 학자건, '강부자'건 출신 성분은 그 뒤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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