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압력행사+놀이문화='성지순례'

머니투데이 조홍래 기자 2008.06.0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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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환 의원 블로그에 올라온 한 네티즌의 '성지순례' 글↑김충환 의원 블로그에 올라온 한 네티즌의 '성지순례' 글


"이젠 성지순례다!"

네티즌들이 화제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이른바 '성지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성지순례'는 종교적 의무를 지키거나 신의 은총을 구하기 위해 성지를 찾아간다는 사전적 의미와 전혀 다르다.

네티즌들이 방문하는 곳은 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이나 기관의 홈페이지. 네티즌들은 이들 홈페이지를 방문해 항의를 표시한다. 댓글테러, 댓글폭탄 등이 주된 '성지순례' 방식이다.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경우 이들의 홈페이지는 네티즌이 집중적으로 몰려 접속 불능이 되기도 한다.



이들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네티즌들은 일반적인 항의의 차원을 넘어 '성지순례'를 놀이문화처럼 즐기고 있다. '성지순례'를 진행하는 네티즌들은 글만 올리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합성 사진과 그림을 같이 올려 시각적 효과도 배가시킨다. 재밌는 게시물들은 다시 각종 포털에 올려져 네티즌들이 공유하기도 한다.

최근엔 촛불시위를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의원들의 홈페이지가 새로운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네티즌으로부터 가장 각광받는 성지는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의 블로그다.



김 의원은 지난 1일 오후 강동구청장 보궐선거 지원유세에 나섰다 논란에 휩싸였다. 포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 김진화씨는 "유세현장에서 '쇠고기 문제를 먼저 해결하라'고 말하다 김 의원측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폭언을 들었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고, 이를 네티즌들이 퍼뜨리면서 김 의원이 비난의 대상이 됐다. 김씨가 김 의원측을 고소하면서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게 됐지만 네티즌들은 김 의원의 블로그를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김 의원의 블로그를 방문해 안부게시판에 "성지순례 왔습니다"라며 글을 올리고 항의의 표시를 하고 있다. 이번 6·4 재보선에서 강동구청장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가 낙선한 것이 "김 의원 덕분이다"라며 비꼬는 글들도 많이 올라왔다. 다양한 합성 사진들도 많이 올라와 있다.
네티즌 압력행사+놀이문화='성지순례'
김 의원 뿐만 아니라 지난 3일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실업자들'이라고 발언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4일 '경찰의 폭력진압은 우발적인 것'이라고 말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의 홈페이지도 네티즌들의 타깃이다. 청와대, 경찰청의 홈페이지도 '성지'로 거론되고 있다.

네티즌들의 '성지순례'가 개인이나 기관의 홈페이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달 7일에는 네티즌들이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기사를 성지로 지정했다. 이 기사는 당시 광우병 관련 댓글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던 방송통신위원회가 '댓글 삭제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내용이다.


기사가 나오자 네티즌들은 방통위를 강하게 비난했다. 네티즌들은 이 기사를 성지로 정하고 순례를 진행했다. '성지순례'의 모습은 질서정연했다. 네티즌들은 일괄적으로 "요청은 안했고"라는 제목으로 댓글을 달았다.

↑방통위 "댓글 삭제요청 하지 않았다" 해명기사에 달린 댓글↑방통위 "댓글 삭제요청 하지 않았다" 해명기사에 달린 댓글
네티즌들의 '성지순례' 열기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분위기다.

최근 촛불시위에 대한 강경진압 논란과 일부 정치인의 발언으로 네티즌들이 순례를 해야 할 홈페이지도 늘어났다. 기존 '성지'에 대한 관심이 줄자 일부 네티즌들은 '기본 성지 목록'을 만들어 게시판에 올리고 꾸준히 순례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일 찾아가다가 안가면 냄비근성이라는 소리 듣는다"는 게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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