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한국서 90% 점유율 무너지나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08.06.0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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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60억 과징금 부과… 가격경쟁 본격화 될 듯

인텔이 경쟁사인 AMD의 중앙처리장치(CPU)를 구매하지 않는 조건으로 PC제조사에 리베이트를 제공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과징금 260억원을 부과받은 것이다.

인텔은 일본에서도 같은 이유로 시정권고를 받은 바 있지만, 과징금이 부과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세계 반도체 1위인 인텔은 이로써 공신력에 큰 흠집을 입었다.



인텔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워낙 압도적이라 순위 다툼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현재의 90%대의 점유율은 고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텔, 리베이트 어떻게 이뤄졌나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텔은 경쟁사인 AMD의 시장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유력 PC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2002년 5월 삼성전자 (62,800원 ▼200 -0.32%)가 AMD의 중앙처리장치(CPU) 구매비중을 높이자 리베이트를 제공했고, 2003년 3분기에서 2004년 2분기까지는 삼보컴퓨터 (0원 %)가 홈쇼핑 채널에서 AMD CPU를 탑재한 제품으로 재미를 보자 리베이트를 제공해 인텔 제품으로 교체토록 했다.

AMD가 한국시장에서 점유율이 올라갈 때마다 완제품 제조사인 PC업체들을 대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해 점유율이 낮아지도록 유도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리베이트라기보다는 '인텔 인사이드'를 통한 광고비 지원과, 대량 구매 할인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인텔은 2003년 9월 AMD의 데스크톱용 64비트 CPU 제품이 삼보컴퓨터 제품에 탑재되는 것 자체를 방해하기도 했다. 인텔이 삼보컴퓨터에 리베이트한 금액은 총 640만달러에 달한다.



◇'인텔 인사이드' 광고=리베이트?

CPU의 사양이 다양해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인텔의 리베이트로 AMD 제품이 배제되면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액은 500~6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PC제조사 중 인텔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은 사실상 없다. '인텔 인사이드' 문구만 삽입하면 광고 및 마케팅 비용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PC제조사 별 광고 빈도와 집행 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인텔의 지원금 역시 호불호에 따라 고무줄처럼 바뀔 수 있다.



이번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의 사례처럼 인텔이 기존에 지원하던 리베이트 금액을 줄이겠다고 하면 PC제조사들에게는 단순한 압력이 아니라 협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AMD코리아 관계자는 "그동안 CPU 시장은 경쟁이 봉쇄돼있던 상황"이라며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로 CPU 가격 경쟁이 활성화되면 장기적으로 PC가격이 더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징금 260억원, 시장 파장은?



AMD의 CPU는 인텔의 제품보다 10% 정도 저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의 한국 내 시장점유율은 91.3%로 세계시장 평균점유율인 79.6%보다 유독 높다(2001년~2005년까지 평균치).

하지만 공정위 과징금으로 인텔이 공신력에 타격을 입은데다 리베이트를 받은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가 인텔 CPU만 고수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시장판도에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측은"소비자의 제품 선택 기회가 늘어 PC용 CPU 가격이 보다 빨리 인하되고, 신제품 개발 경쟁도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공정위가 인텔에 최초로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함에 따라 향후 EU 공정위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텔코리아 측은 이와 관련 "유감스럽게도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할인된 가격을 제안하면서 과도한 경쟁으로 몰고갔다는 AMD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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