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그리고 모노라인 '신용경색의 재림?'

유일한 기자, 김유림 기자 2008.06.0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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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美경기지표 반전 조짐 최악국면 가능성 낮다"

리먼 브라더스의 유동성 위기 재현 조짐,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에 대한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검토 등에 따라 지난 3월까지 세계 금융시장을 옥죄었던 신용경색 공포가 다시 하나둘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러나 그때와 달리 주택, 고용, 생산 등 미국 경기지표가 연이어 예상치를 넘은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다시 최악의 신용위기 국면으로 치닫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신용경색이 완전 해소되지 않은 만큼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어 '판' 자체가 깨질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다만 대형 은행의 유동성 위기, 모노라인의 등급 하향이 가시화될 경우 단기적인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리먼 위기설..모노라인 등급 하향 경고
월가 은행들에 대한 실적 전망 하향이 꼬리를 문 가운데 마침내 리먼 브러더스가 2분기에 상장 이후 첫 손실을 입고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위기설이 확산됐다. 예상 손실 규모는 3억~5억달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리먼이 2분기 5억~7억달러의 헤지펀드 투자 손실이 발생, 1994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분기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은행들로부터 40억달러의 추가자금 수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제2의 베어스턴스가 될 것이라는 혹평을 받았던 리먼의 위기설이 재현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금융당국은 "리먼이 자금 수혈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모노라인의 주가 폭락으로 투자자들의 심리는 꽁꽁 얼어붙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MBIA와 암박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이미 일년동안 90% 넘게 폭락한 이들 주가가 이날 다시 20%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무디스는 MBIA와 암박이 신용경색으로 인해 예상보다 많은 손실을 입었다며 기존의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 혹은 'A'로 등급을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1월에 이어 2차 경고다.



모노라인의 등급이 하향되면 이들이 보증을 선 채권의 신뢰도가 실추될 수 밖에 없고 이는 채권투자가들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게된다. 두 회사의 보증 규모만 1조달러에 이른다.

모노라인측은 '생뚱맞다'는 반응이다. MBIA의 제이 부라운 최고경영자(CEO)는 무디스의 이같은 경고에 대해 "신용등급 하향을 초래할만한 어떤 물질적 변화도 없다"며 반발했다. 오히려 무디스의 기준이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암박의 마이클 캘런 CEO 역시 "우리 회사의 문제가 매우 일시적이기 때문에 무디스의 이번 결정 시점은 매우 불운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주가 폭락까지 겹쳐 모노라인들의 추가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펀더멘털 정상은 아니지만 바닥서 반전 기류
금융시장의 경색과 달리 경제 펀더멘털은 나쁘지 않다. 신규주택판매, 내구재주문, 개인소비,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및 서비스지수, 공장주문, 노동생산성 등 다양한 부문의 최근 지표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넘는 것으로 발표된 것. 경기가 침체의 바닥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기대감이 강화됐다.

특히 이날 미국 민간조사업체 ADP가 미국 5월 고용을 당초 3만명 감소 예상을 뒤집고 4만명 증가로 밝히며 주목받고 있다. 6일 발표 예정인 5월 고용지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것이다.

4월 공장 주문은 예상치 마이너스 0.1%를 딛고 1.1% 증가했다. 5월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49.6으로, 전달 48.6에서 상승했다. 경기확장의 기준인 50에 육박했다. 예상치는 48.5였다.



지난 1분기 노동생산성은 4분기에 비해 2.6% 증가했다. 예상치는 2.5%였다.
이번 신용경색을 낳은 주택시장 침체도 최악은 아닌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 상무부가 지난부 발표한 미국의 4월 주택 착공 건수는 전달비 8.2% 증가한 연율 103만2000채로 집계돼 한달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문가 예상치 93만9000채와 전달치 95만4000채를 웃도는 결과다.

4월 건축 허가 건수는 97만8000채로 역시 예상치 91만5000채를 웃돌았고 무려 5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4월 신규 주택 판매도 전달 대비 3.3% 증가해 6개월만에 상승 반전했다. 주택 가격 급락으로 매수세가 하나둘 형성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인지도가 높은 주택경기지표인 '케이스-실러지수' 공동고안자인 칼 케이스 웨슬리대 교수는 "압류 주택은 보통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나오기 때문에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주택 시장 회복도 예상보다 떠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인플레 위험 등장..중앙은행은 자신감 피력
경기지표가 이처럼 회복되는 상황에서 유가 급등을 앞세워 인플레이션 위험이 전면에 부상했다. 일부에서는 침체와 인플레가 병행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신용경색과 인플레가 합작해 공격한다면 이를 감당할 경제 주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소비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재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하버드대에서 행한 '경제적 도전 : 1975년과 현재'라는 주제의 연설에서 원자재와 곡물가격 상승과 낮은 성장은 70년대를 연상케 하지만 당시와 현재는 비슷한 점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지난 4분기 인플레이션율은 3.5%수준으로 예상보다 높았지만, 두자리수에 달했던 70년대 중반 및 80년에 비해서는 훨씬 낮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모노라인의 등급 하향에 대해서도 새로운 변수가 아니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사실 주택 및 모기지증권 가격 급락을 고려할 때 모노라인의 등급은 오래전에 하향됐어야한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결국 신용경색에 대한 내성이 형성된 시점에서 무디스가 뒤늦게 '면피성' 등급 하향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리먼 역시 아시아은행들 뿐 아니라 미국의 큰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있다. 메릴린치는 리먼의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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