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의 '굴욕'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2008.06.0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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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라지구·광주수완지구 해약 나와
- 영종 하늘도시 택지경쟁률 22.5대1→3.2대1로 '뚝'
- 평택 청북지구 문의전화 끊겨


↑영종 하늘도시 조감도↑영종 하늘도시 조감도


잘 나가던 공공택지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주택 경기 침체 여파로 수도권 유망택지에서도 미분양 필지가 나오고 있다. 지방 공공택지에서는 아예 해약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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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토지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인천경제자유구역내 청라지구와 전남 광주 수완지구에서 공공택지 해약사태가 빚어졌다.



택지를 공급받은 뒤 해약하면 계약금(토지값의 10%)을 날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청라지구에서 추첨방식으로 분양아파트(60~85㎡)용지를 낙찰받은 우정건설은 부도 여파로 계약을 해지했다.

광주 수완지구 내 85㎡초과 연립주택용지에 당첨된 이 지역 건설업체 K사는 자금 사정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토공 측은 설명했다. 이 업체는 5억원의 계약금을 고스란히 포기했다.



460만3051㎡(139만2423평)에 이르는 수완지구는 토공이 조성중인 광주 지역 최대 규모의 택지여서 토공은 이번 해약을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앞서 작년 하반기에도 전북 완주군 전주과학산업단지내 공동주택지를 분양받은 업체가 땅값을 장기 연체하면서 계약 해지됐다.

공공택지의 이 같은 인기 하락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는10일 평택 청북지구에서 단독주택 용지를 공급하는 토공 평택지사 측은 "문의전화가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웬만한 필지는 첫 회에 팔렸는데 요즘은 자신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건설회사들이 공공택지를 운좋게 낙찰받아도 택지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권에서 택지를 담보로 한 중도금 대출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지방 공공택지도 미분양이 우려되자 은행에서 '상환스케줄이 안나온다'며 중도금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건설사 사이에 큰 인기를 끌며 과열 경쟁을 보이던 공공택지가 냉각 조짐을 보인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면서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싼 수도권 공공택지는 전통적으로 미분양 걱정이 없어 필지마다 수십개 건설사가 분양 신청을 하는 등 인기가 높았다.

지난해 6월 공급된 김포 양촌지구는 아파트용지가 16대1, 연립주택 용지가 5대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2차례 매각했던 영종 하늘도시 택지의 청약 경쟁률 결과가 건설사들의 태도 변화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4월 1차 필지 분양때는 22.5대1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11월 2차 분양때는 경쟁률이 3.2대1로 뚝 떨어졌다. 저층의 연립주택용지 6필지 중 5필지는 아예 신청자가 없었다. 홍원식 우림건설 개발기획실장은 "수도권 공공택지라고 해서 과거와 같은 분양성을 장담못한다"면서 "해당 지역의 공급 상황과 미분양 물량 등을 따져보고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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