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황량한 숲을 '완성차 메카'로"

상트 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진우 기자 2008.06.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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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공장 기공] 적극적인 투자 통해 신흥 자동차 중심지 선점 효과 기대

"과연 이 곳에 10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이 들어설 수 있을까."

현대차 러시아 공장 기공식이 열린 5일(현지시간) 오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북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카멘카 지역의 공사현장은 거대한 숲 지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기공식 행사를 위해 나무를 베어낸 공터와 군데군데 임시로 세워진 천막을 제외하곤 자작나무와 적송 등 온통 나무만 보였다.

이런 황량한 지대에 현대차 (241,500원 ▲4,500 +1.90%)는 이 날부터 공사를 벌여 2011년부터 동유럽 시장을 겨냥한 완성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주정부 역시 현대차 공장 착공을 계기로 이 곳을 거대한 산업단지로 조성, '러시아의 디트로이트'로 변화시키겠다는 야심찬 꿈을 키우고 있다.



◇왜 상트 페테르부르크인가?= 러시아 제2의 도시인 발트해 연안의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유럽을 향한 창(窓)'으로 불린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종착지이자, 유럽행 열차의 시발점이면서 국제공항을 보유한 육로, 항로 교통의 요지로 꼽히는 곳이다.

현대차가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동유럽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선택한 것은 이러한 물류 요충지로서의 이점과 러시아 정부의 지원, 풍부한 노동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과다.



실제 이 곳에는 현대차 외에도 토요타와 GM, 닛산, 스즈키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하는 등 자동차부문 투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러시아 신 자동차 메카'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러시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는 원래 아브토바즈, 가즈, 카마즈 등 러시아 토종업체의 본거지가 있는 볼가 지역이었으나 외국업체들을 중심으로 상트 페테르부르크 등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특히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이미 가동 중인 포드, 도요타 외에도 다수의 해외 자동차 메이커의 투자 유치에 성공, 2011년에는 러시아 제1의 자동차 집적지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연방에서 가장 중요한 공업도시로, 전체 고용인구의 절반 이상이 공업과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아울러 전통적으로 문화, 예술, 과학을 중심으로 학문이 발달해 있어 양질의 고급인력을 수급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동유럽 공략 구심점 역할 할 것"= 올해 319만대의 수요가 예상되는 러시아는 이미 토요타, 포드 등이 공장을 건설한데 이어 닛산, 폭스바겐 등 글로벌 메이커들이 몰려들면서 치열한 각축전을 펼쳐지고 있다.

러시아 수입차 시장에서 선두권을 지켜온 현대차 입장에서도 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현대차의 6번째 해외 생산기지가 될 러시아 공장이 완공되면 현재 러시아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현대차의 수입 완성차, 현지 CKD 조립물량과 함께 다양한 수요층을 공략할 수 있을 전망이다. 러시아 공장은 아울러 CIS를 비롯한 동유럽 시장에서의 전략적 구심점 역할까지 책임지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간 수입부품에 대해 특혜관세를 적용 받아 기존 현지 CKD 조립생산 대비 5~10% 관세인하 효과를 얻게 된다"며 가격 경쟁력 확보를 자신했다.

현대차는 중장기적으로 '메이드 인 러시아' 기업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순조로운 공장건설이 중요하다"며 "인도, 중국, 체코 등 신흥시장에서의 공장설립 경험을 살려 공장설계나 설비구축, 인력운영, 대외협력 등 자동차 양산을 위한 준비작업에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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