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의 '작은 전쟁ㆍ큰 패배'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6.0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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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재보선은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경량급' 선거였다.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을 선출했던 이전의 재보선과는 '급'이 다르다.

그렇다고 그 결과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최근 정국이 호락호락한 상황이 아닌 탓이다. 후폭풍은 '중량급 이상'으로 점쳐질 정도다.



이번 선거 결과는 '집권 여당 참패'로 정리된다. 민심의 잣대로 평가됐던 수도권 3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한 자리도 찾지 못했다.

서울 강동구, 인천 서구, 경기 포천 등은 모두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 불과 두달전 총선때도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뒀던 지역들이다.



이외 지역도 결과는 초라하다. 일부 지역에서 후보를 안냈다곤 하지만 9개 기초단체장중 경북의 단 한 곳에서 승리했다. 역시 텃밭인 경남 남해군수와 거창군수 선거에서도 고개를 떨궜다.

지방 의원 선거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당선의 보증수표였던 '집권 여당 간판'이 이젠 패배의 독배가 돼 버린 결과다. 쇠고기 파동에서 비롯된 성난 민심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은 충격 그 자체다. 한 당직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됐다"고 했다. 게다가 어떻게 난국을 풀지, 재보선 참패의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 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게 답답함을 더한다.


당장 국정 운영은 물론 현 시국을 수습할 방법 찾기가 쉽지 않다. 재보선 이후 민생 대책과 인적 쇄신 등의 절차를 통해 재기를 꿈꿨던 여권의 구상은 어긋났다.

무엇보다 '촛불 집회'의 민심이 표로 확인된 게 큰 타격이다.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재보선의 민심은 쇠고기 재협상 관철"이라고 의미를 부여였다. 당분간 쇠고기 정국을 벗어날 방도가 없다는 얘기다.

자연스레 정국의 주도권도 되찾기 힘들게 됐다. 18대 국회 개원을 압박하고 국회 내에서 다수의 파워로 정국을 이끌겠다는 바람 역시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153석에다 친박 인사들의 복당 등을 통해 거대 여당의 위용은 갖출 수 있지만 일방 통행은 더 어려워졌다.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도 야당에 끌려다니는 상황도 예상된다. 국정 운영 기조가 흔들리면서 이 대통령이 구상했던 정책들이 유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민심 이반, 대통령 지지율 하락, 선거 패배 등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실제 지난 2004년 총선때 과반의석을 차지했던 열린우리당도 이후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재보선 연패의 수렁에 빠지면서 자멸한 바 있다.

위기감이 클수록 처방은 더 강해질 수 있다. 개각 등 인적쇄신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뿐 아니다. 당 정비 작업에 미칠 파장도 적잖다.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당 지도부 체제도 쇄신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반해 민주당은 한숨 돌렸다. 일단 선거 연패의 사슬을 끊은 게 고무적이다. 나름의 주도권을 갖고 집권여당과 맞설 수 있게 됐다.

재보선 승리, 새 지도부 구성 등 정치 일정도 순조롭다. 다만 쇠고기 정국을 마냥 즐길 수 없는 게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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