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이 '거품' 부채질..빠지면 급락?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8.06.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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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원자재값 급등 언제까지..

고삐 풀린 원자재 가격의 상승,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6월3일(미국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전날보다 배럴당 3.45달러 낮아진 124.31달러에 마감됐다. 외신들은 유가 상승의 핵심 원인이었던 달러화가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유가 하락이 시작된 것이라 내다본다.

하지만 원유의 대체에너지인 천연가스가 급등하고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쏟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4일 "미국의 천연가스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가격 상승이 유가를 앞지를 정도"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재의 원자재가격의 폭등은 수급 요인 외에도 투기 요인, 달러화 가격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빚어낸 결과이기 때문에 각 요인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다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의 수급 상황이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대체로 가격 안정을 쉽게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투기로 인한 '거품' 요인 등으로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원자재가격의 급등 원인과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는 하반기로 갈수록 진정되겠지만 상승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2007년 1월부터 시작된 상승국면은 2009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 에너지 정보국(EIA)에서도 유가가 2009년까지 배럴당 100달러 위에서 거래되는 세자릿수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투기자본이 '거품' 부채질..빠지면 급락?


◆투기자금이 원유와 소맥의 급등 불러


'원유, 소맥(밀), 전기동(電氣銅, 전해 구리), 철광석, 대두, 유연탄(석탄)'이 물가 폭등의 적(敵)?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국제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주도한 품목으로 이상의 6개 품목을 꼽았다.

특히 원유는 2008년 2월의 가격이 2007년 1월 대비 75.6%나 급등해 IMF 상품 가격지수 상승(51.4%)에 69.9%나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국제 원자재 세계수출액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53.6%에 이른다.



다음으로 유연탄(기여율 7.3%), 소맥(4.3%), 전기동(3.0%), 대두(2.4%), 철광석(2.0%) 등의 순서로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먼저 이러한 품목별 가격 급등의 원인을 알아야 언제 이러한 가격이 균형을 찾을 지 예상하는기준을 삼을 수 있다. 연구소가 분석한 주요 품목별 가격급등 요인은 다음과 같다.

최근의 유가 상승의 주 요인은 투기 자금(40%)이다. 다시 말해 투기로 인한 거품 가격 요인이 이란의 핵문제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39.7%)나 달러화 약세(4.5%), 수급 불균형(1.8%)에 의한 급등 요인보다 많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원유의 공급 부족과 달러화 약세가 맞물리며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과잉 유동성 자금이 원유 선물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다고 분석한다.

외국계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분석도 일맥상통한다. 2006년 1월부터 지난 4월 중반까지 원자재지수에 투자된 자금은 900억달러에 이르고 이러한 투자 자금이 1억달러 유입될 때마다 서부택사스산원유(WTI)가격이 1.6%씩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소맥의 급등 요인 역시 투기 요인(48.1%)이 가장 두드러졌다. 재고감소에 따른 곡물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유동성 자금이 곡물 선물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것. 이는 정책요인(16.8%)과 달러화 약세(15.6%), 수급 불균형(1.4%)의 요인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최근 원유와 소맥의 가격 급등은 '투기성 자금'으로 인한 거품 가격 형성이 주도적 원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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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까지 상승세 지속 전망 우세

원자재 가격의 상승 중에서도 우리나라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원유의 가격 상승에 따른 악영향은 가장 충격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의하면 유가가 배럴당 16.5달러 상승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1.07%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0.36%포인트 상승했다.



또한 철광석과 전기동의 가격 급등은 기업의 원가 상승 등을 통해 생산자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소맥 가격 급등은 스낵 과자, 자장면 및 라면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제품의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2008년 2월 중 소맥관련 주요 7개 제품들의 가격 상승만 소비자물가를 0.14%포인트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원자재 가격은 국제원자재가격의 상승 주기(31개월)를 현재 상승국면에 적용할 때 2009년 상반기까지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급등의 주범이 투기적 요인인 점을 고려할 때 일시적으로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투기적 수요는 빡빡한 수급여건에 기반한 가격 상승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어 향후 국제 원자재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경제를 비롯해 세계경기가 급격히 둔화될 경우 투기적 수요도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02~2005년까지 중국은 원유의 세계 수요 증가에 연평균 30% 기여했고 철강과 구리 등의 세계 수요 증가에도 연 평균 50% 이상 기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경기가 연착륙(soft-landing)하냐, 경착륙(hard-landing)하냐에 따라서도 원자재가격의 동향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산은경제연구소의 이민식 수석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2008년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된다는 시나리오에서는 2008년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0달러로 2007년(69달러)에 비해 약 31% 상승에 머물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신용경색이 전 분야로 파급되는 경착륙의 경우 원자재 가격은 일시적으로 하락이 예상되나 하락 지속기간은 짧고 구조적인 수급불균형으로 전환할 전망이 크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이민식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이에 대응해 대내적으로 대체자원 개발, 식량자급도 확충, 석유 등 에너지의 효율성 제고 전략 등이 국가 장기과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할때 국제 원자재 가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격 자체나 수급 측면 뿐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국제 자본의 움직임, 외환흐름 및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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