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퇴짜 '이회창의 굴욕'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06.0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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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면담 무산… 대선때 박근혜 전대표와 회동도 불발

청와대의 퇴짜 '이회창의 굴욕'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앞서 이 총재는 2차례나 청와대를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다.

칠순의 야당 대표가 직접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한 것은 꽤 이례적이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일 저녁 이 총재는 청와대를 찾았다. 사전 예고 없는 깜짝 방문이었다. 3일 밤에도 이 총재는 청와대 문을 두드렸다.

요구사항은 이 대통령과 면담. 청와대로서도 문전박대하기 곤란한 상황이 됐다. 이에 박재완 정무수석은 회동 일정과 형식 등을 검토해보겠다며 이 총재를 돌려보냈다.



이 때만 해도 이명박-이회창 회동은 성사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하지만 하룻만에 사정이 바뀌었다. 청와대가 회동에 난색을 보인 것.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현재 쇠고기 문제를 놓고 야3당이 공조중"이라며 "야당 대표 중 한분하고만 만나는 건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약속'을 믿고 발길을 되돌린 이 총재로선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자유선진당은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박선영 대변인은 "대통령이 거짓말을 계속하다가 소탐대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소탐대실'에 대해 "소고기를 탐내다가 대통령직을 잃는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할 말은 있다. 박재완 정무수석이 4일 연락을 주겠다고 했을 뿐, 4일 회동을 약속한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박 수석의 말을 이 총재 일행이 오해한 것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측에선 면담 요청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당사에서 열린 쇠고기 수입관련 긴급대책회의에서 "현재 시위가 정권퇴진, 하야 같은 중대한 정치적 이슈로 바뀌고 참가 단체나 군중의 성격이 변화하는 것을 보고 이대로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정부 때) 의약분업으로 인한 의사들의 파업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오후 늦게 면담을 신청, 약사법 개정 기초합의를 이룬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쇠고기 정국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적 행보라는 것. 정치권의 한 인사는 "대통령을 불쑥 방문해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이 총재가 잘 알지 않겠느냐"며 "면담을 거부당할 경우 약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같다"고 풀이했다.

이 총재의 방문 정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대선때 이 총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수차례 방문해 지지를 요청하려 했다. 하지만 끝내 박 전 대표는 문을 열지 않았고 '짝사랑'을 계속했던 이 총재는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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