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변화, 녹색 경쟁의 시대

윤종수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 2008.06.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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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후변화, 녹색 경쟁의 시대


세계는 현재 녹색경쟁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황색경쟁(굴뚝산업) 시대는 과거의 일이 돼 버린 것이다. 여기엔 기후변화를 둘러싼 기업 경영여건의 변화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유엔이 5일 '세계 환경의 날'의 주제를 기후변화로 정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올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 제1차 의무공약기간이 시작되면서 세계 시장은 저탄소 친화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의무감축 단계에 들어간 선진국들은 강력한 규제와 함께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해 비용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자국 산업의 경쟁력도 보호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미, 유럽연합(EU)은 신규 등록차량의 CO2 배출한도를 2012년 130g/km에서 2025년까지 70g/km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도 올 1월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할인해 주거나 가중해서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확 바뀌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중 1% 정도가 유럽시장 자동차 수출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적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그 밖에도, EU와 미국 모두 자국 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하여 온실가스를 규제하지 않는 나라의 상품에 대해서 고율의 환경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규제정책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구매패턴 역시 바뀌고 있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생활양식'을 뜻하는 로하스(LoHAS, Lifestyle of Health & Sustainability) 소비족이 늘면서 개인 건강은 물론 환경문제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의 24%가 환경친화성을 제품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제품의 환경정보 요구가 강화되는 등 '녹색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의 기후변화 리스크 공개에 대한 투자자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전 세계 385개 금융기관들은 매년 '탄소정보 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를 통해 이뤄지는 '기후변화 대응능력 우수기업 평가' 결과를 투자의 중요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생존과도 직결되는 상황이지만, 우리 기업들의 대응은 아직까지 크게 부족하다.

올 초 환경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이 6.0%, 향후 실시할 계획이 있는 기업이 7.6%에 불과하고, 나머지 86.4%는 계획조차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앞 다투어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사내 감축목표를 설정·이행하면서 기후친화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을 눈여겨 봐야 할 시점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2005년 환경경영을 선언하면서 외친 "Green(환경) is green(돈, 미국 1달러 색깔)"인 시대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물론 국가 감축목표를 세우고 산업, 가정, 상업, 수송 등 부문별 감축계획과 다양한 감축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국익과 관련된 사항으로서 간단히 정해질 일이 아니므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기업의 환경경영방침을 새로이 세우고, 개인의 생활습관을 친기후적으로 바꾸는 일을 지금부터 시작해 기후변화로 인한 무한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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