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선물 Event-driven 활용하기

이호상 한화증권 애널리스트 2008.06.1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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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주식선물시장 읽기

주식선물이 시작된 지 이제 한 달이 지났다. ELW가 2005년 12월 개설된 후 정상화까지 대략 1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한 달간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15개 종목의 전체 미결제약정은 6만계약을 넘어섰고 일평균 거래량은 1만1000계약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선물은 겨우 15개 종목만 상장되어있는데 이 15개 종목의 시가총액 합은 KOSPI 전체 시가총액의 대략 40%를 차지한다. 업종대표주이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유럽, 인도 그리고 남아공 등지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식선물의 종목 수는 평균 200개가 넘는다.



따라서 향후 주식선물이 활성화되면 우리 시장에서 거래될 주식선물 종목 숫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블루칩뿐만 아니라 옐로칩의 중대형주들로까지 종목이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주식선물의 전체 규모가 증가해야하고 유동성도 보강되어야 하겠지만 주식선물의 대상 종목이 확대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주식선물은 현물 주식투자의 수익률을 높여주는 훌륭한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종목이 늘어날수록 그런 기회도 늘어난다.



예를 들어 기업분할, M&A, 자사주매입, 특정 인덱스 편입 등 기업내용에 미칠 영향이 큰 사건을 미리 예측해 투자하는 기법이 있다. 이를 이벤트-드리븐(Event-driven)전략이라 한다. 이러한 기업의 주식은 합리적인 시장원리 보다는 특별한 사건이나 상황 그 자체에 따른 불확실성 혹은 기대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지난 2일 KRX에서 KOSPI200 지수의 정기변경 종목을 발표하였다. KRX에서는 매년 6월 선물옵션 동시만기 직후에 지수에 포함되는 종목 구성을 정기적으로 변경한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KOSPI2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관련 펀드의 규모는 이제 10조원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상상이 되는가. 이 10조원의 인덱스 관련 펀드들이 일제히 지수에 새로 편입되는 종목을 매수하고 동시에 지수에서 제외되는 종목들을 대량 매도하게 된다. 그것도 6월 12일 하루 만에.

사실 이런 대규모 펀드 리밸런싱(종목교체 및 비중조절)은 효과가 제한적이고 일시적이다. 대단히 시총이 큰 종목이 새로 편입되지 않는 한 몇 천억원씩의 신규 수급 효과가 발생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으면 기대감이 선반영되어 나타난다.


실제로 2005년, 2006년, 그리고 2007년 정기변경 때 모두 그랬다. 통계적으로 신규편입되는 종목들과 제외되는 종목들 전체를 각각 매수/ 매도하면 그 격차(수익률 스프레드)가 점점 더 벌어진다. 이는 같은 기간 지수가 상승하거나 하락하거나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결과이다.

이런 효과는 만기에 가까울수록 더 크게 나타나며 신규 진입 종목의 수익률은 지수를 점점 더 아웃퍼폼(Outperform)하게 된다. 이런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점이 바로 5월 말~6월 초 KRX에서 정기변경 종목을 발표하는 시점부터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이 정기 변경될 종목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각 증권사에서는 예상 종목을 발표한다.



현재 주식선물의 대상종목인 15개 종목은 KOSPI200 종목변경에 해당될 여지가 매우 적다. 그러나 향후 대상 종목이 늘어난다면? 혹은 MSCI나 FTSE등의 지수 구성 종목에 편출입이 된다면? 공개매수나 M&A 발표를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실 이번 정기변경에 새로 지수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종목들이 있다. 대한통운, 글로비스, 동부화재 등이다. 그러나 지난 6월2일 정기변경 발표 때 편입이 좌절되자 실망감에 의한 매물이 상당 폭 쏟아졌다. 대한통운의 경우 장 중 10%가 넘는 하락률을 보였다.

주식선물은 재미있는 상품이다. 일반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매매하기 쉽게 만들어졌으면서도 기존에 주식만으로 할 수 없었던 다양한 매매를 가능하게 한다. 지금까지 주식에 대한 기대감이 증가하는 종목들만 매수하려고 했다면 앞으로는 기대감이 감소하는 종목이나 불확실성이 커지는 종목들을 매도하는 것은 어떨까?



주식선물을 활용하면 레버리지를 쓸 수 있으므로 작은 금액으로 큰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또 매수든 매도든 방향만 확실하다면 자유롭게 배팅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고 새로운 수익의 기회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주식선물 투자는 기존의 선물옵션 투자자보다는 주식투자를 잘하는 투자자에게 더욱 유리한 시장이다. 이런 이벤트들을 잘 활용하면 일반 투자자들에게 주식선물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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