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시티' 시카고, 대체에너지 허브 부상

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 2008.06.0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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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체 에너지 벨트'를 가다④(끝)-시카고市]

편집자주 세계 최대 에너지 낭비국이자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미국. 아까운줄 모르고 에너지를 펑펑 써 왔던 미국이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살인적 고유가 시대를 맞아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기업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대체에너지 국책연구소인 아르곤을 비롯,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집중돼 있는 시카고는 '클린 시티'를 표방, 적극적인 정책을 펼친 덕에 '에너지벨트'로 불릴수 있을 정도로 미국 대체에너지의 중심부로 떠오르고 있다. 시카고 인근의 첨단 에너지 개발 및 재활용 현장을 찾아 생존을 위한 대체 에너지 개발 현주소를 살펴봤다.

시카고는 미시간호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으로 유명한 '윈디 시티(Windy City)'이다.
알 카포네 갱단 무리가 기관단총을 난사하던 영화속의 모노톤의 도시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시카고는 클린도시이자 '대체에너지 벨트(Alternative Energy Belt)'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1989년 이후 6연임하며 19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아버지 때와 합치면 43년 시장재임으로 유명한 리처드 데일리 시장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2000년대 들어 환경·에너지 도시 가꾸기를 추진하고 있다.



◇ 그린루프, 그린익스체인지, 그린메이커...시카고는 '그린 시티'

건물 냉난방 등 열에너지는 세계 탄소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시카고 시내 중심부에 있는 시청 건물의 '녹색지붕(그린 루프)'은 2001년 만들어진 이후 시 당국의 에너지 절약의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12층 건물 옥상을 흙으로 덮고 이 지역 기후에 맞는 야생화와 잔디, 키 작은 식물들을 가꾸고 있다.
여름철 기온이 섭씨 33도까지 올라갈 경우, 녹색지붕 표면은 기온과 큰 차이가 안나는 반면, 바로 옆건물의 시멘트 지붕 표면온도는 무려 섭씨 60도까지 올라간다. 그만큼 실내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가 늘어날수 밖에 없다.녹색지붕은 겨울에는 반대로 건물내부의 열을 보존하는 기능을 한다.
↑시카고 시청건물의 '녹색 지붕(그린 루프)[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시카고 시청건물의 '녹색 지붕(그린 루프)[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


시 정부는 녹색지붕으로 시공하는 건물에 최대 5000달러를 지원하고 15∼30일 내에 건축허가를 내주고 있다.
현재까지 시카고내에서 400여개 빌딩의 약 37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지붕이 '그린'으로 바뀌어 북미 지역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시공 전문업체만도 10개가 넘게 성업중이다.

시당국이 운영하는 '그린 테크놀러지 센터' 건물은 지하 70미터 깊이에 수도 파이프를 매설, 지열을 이용해 냉난방을 처리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하 70미터 깊이는 섭씨 10도 가량을 항상 유지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난방, 여름에는 냉방에 활용할수 있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잭 오도넬 씨는 "일반 개인주택의 경우도 시공비가 2000만원 이상 들기 때문에 아직 가정집에서는 널리 쓰이긴 힘들지만 상업용 건물은 8년정도면 비용을 회수할수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가 대체에너지와 환경보호의 중심지로 부각되면서 재활용품, 에너지 절약용품 등 친환경 건축자재 및 실내용품 등만을 취급하는 '그린 메이커' 같은 업체들이나, 친환경·에너지절약 유통업체들이 모여 있는 '그린 익스체인지(Green Exchange)'같은 곳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시카고 시가 운영하는 그린테크놀러지 센터. 태양열과 지열을 활용, 에너지를 조달하고 '녹색 지붕'으로 덮여있다.[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시카고 시가 운영하는 그린테크놀러지 센터. 태양열과 지열을 활용, 에너지를 조달하고 '녹색 지붕'으로 덮여있다.[시카고(미 일리노이주)=김준형 특파원]
◇ '윈디 시티'..풍력 발전 신기술 메카

'윈디 시티'라는 명칭에 걸맞게 시카고는 새로운 풍력 에너지의 메카가 되고 있다.
시카고 시내에 2년전에 건설된 96가구 규모의 '니어 노스(Near North) 아파트 옥상에는 에어로텍처 인터내셔널이 시공한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일리노이대 빌 베커 교수가 개발한 '에어로 터빈'을 생산하는 에어로 텍처는 기존의 프로펠러형 풍력 발전기가 아닌 이중나선형 구조의 금속형 터빈을 사용한다.

전력 수요처로부터 멀리 떨어진 대단위 면적의 발전소가 필요한 기존 풍력발전과 달리 에어로터빈은 터빈크기가 작고 지상에서 12미터 정도 이상이면 설치가 가능하고 시속 16킬로미터 정도의 바람만 있어도 전력이 생산된다.

소음이 작고 회전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일반 건축물에 시공하는데 문제가 없다. 니어 노스에 설치된 발전기는 300kw/h규모로 건물 에너지 수요의 10%를
담당하고 있다. 수직으로 설치하면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수 있지만, 건축 높이 제한때문에 수평으로 시공돼 있다.

에어로텍처가 시카고 지역에 설치한 풍력발전기는 20여기. 일반 가정용 에어로터빈 설치에는 약 2만달러가 든다. 베커 교수는 "발전기 1기를 설치하면 두 가정에서 쓸수 있는 전기를 충분히 공급할수 있다"며 "수요가 늘어 대량생산이 이뤄지면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로텍처사가 시카고시의 '니어 노스(Near North) 아파트 옥상에 설치한 풍력 발전기(사진 제공:에어로텍처 )<br>
↑에어로텍처사가 시카고시의 '니어 노스(Near North) 아파트 옥상에 설치한 풍력 발전기(사진 제공:에어로텍처 )
◇ RED "버려지는 에너지만 모아도..."

미국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의 55%가 버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처럼 버려지는 에너지만 제대로 활용해도 비용을 절약하고 기후변화를 방지할수 있다는데 착안한 에너지 기업도 시카고 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다.
시카고 남서쪽 20마일 지점 웨스트몬트에 자리잡고 있는 'RED(Recycled Energy Development)'가 대표적인 기업.

RED는 주로 제조업체들의 공장에서 버려지는 열과 수증기 등을 재생, 에너지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설비를 제공한다.

인디애나주의 아르셀로 미탈 제철공장의 경우 RED의 모기업 격인 프라이머리 에너지사가 1996년부터 에너지재생 설비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제철과정에서 생기는 막대한 열에너지와 수증기를 전기생산에 활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이 공장은 석탄발전소로부터의 전기매입량을 반으로 줄이고 탄소배출량도 매년 130만톤을 줄일수 있었다. 이 공장은 지난해 'EPA 에너지 스타' 상을 받기도 했다.

숀 캐스텐 RED사장은 "기업들은 본업 이외의 분야에는 투자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가 많이 드는 에너지 재생 설비 설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투자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관심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RED가 최근 월가의 벤처캐피털들로부터 18억달러(1조8000억원)라는 거액을 유치할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현상을 반영한다.

캐스텐 사장은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10년밖에 없는데도 도덕적 경제적 논쟁때문에 실제 행동에 옮겨진 것이 많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RED는 막대한 경제적 성과를 거둠으로써 이같은 논쟁이 무의미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디애나주 아르셀로 미탈 제철소. 제철과정에서 나오는 수증기와 열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다른 제철소처럼 굴뚝에서 수증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사진제공:RED)  ↑인디애나주 아르셀로 미탈 제철소. 제철과정에서 나오는 수증기와 열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다른 제철소처럼 굴뚝에서 수증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사진제공: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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