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M&A]②남양건설 '자금력 부족'

더벨 정호창 기자 2008.06.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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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자금 1000억원 수준.. 오너의지 강하지만 레버리지 너무 커

이 기사는 06월04일(15:4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공개경쟁입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쓰는 것이 가장 유효할까.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전 당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1차 예비입찰가격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인수 후보 6곳 가운데 가장 높은 3조3000억원을 제시하며 두산, 한화, 금호아시아나 등 경쟁 대기업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건빵 군납업체 영양제과가 모태인 유진그룹은 80년대부터 건설 시장의 활황을 업고 레미콘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대우건설 인수전 이전까지만 해도 재계에서 무명의 선수였다.



하지만 인수전 초반 '기선제압'을 시작으로 막판까지 유력 후보로 꼽혔다. ‘다윗의 반란’을 노리던 유진은 대우건설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이후 지속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선 결과 지난해 하이마트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쌍용건설 (0원 %) 인수 최종 라운드까지 살아남은 남양건설도 유진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말 인수의향서(LOI) 제출 당시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구속력은 없는 제안이지만 남양건설의 강한 인수의지를 보여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인지도나 규모면에서 가장 열세인 남양건설의 지난해말 현재 시공능력평가순위는 국내 36위.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꼴'이란 세간의 평가에도 쌍용건설을 탐내는 것은 단 한번의 M&A로 국내 정상급 건설사로 등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건설(13위)과 시공능력을 합칠 경우 단번에 '국내 Top 10' 이 된다.

객관적 전력 열세인 남양에게 주목할 부분이 있다. 바로 오너인 마형렬 회장의 확고한 의지다.

최근 중견 건설사들의 부도가 이어지면서 쌍용건설 인수를 검토하던 후보들이 잇따라 포기했다. 매물이 쏟아지는데다 가격도 비싸고 노조와의 문제도 풀어야 하는 쌍용건설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서다.

남양 내부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제기됐지만 마 회장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고만고만한 회사를 인수해서는 절대 'Top 10'으로 올라설 수 없고, 그럴 바에는 내부역량을 키워 안정적인 성장을 꾀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오너의 의지와 객관적인 전력은 별개의 문제다. 다른 후보에 비해 부족한 체력(자금동원능력)을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M&A]②남양건설 '자금력 부족'


지난해말 현재 남양이 보유하고 있는 유동자산의 총계는 2256억원. 즉시 동원 가능한 현금성 자산은 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자산 일부를 매각하고 유입되는 공사대금을 모두 동원해도 1000억원 내외에 불과하다. 차입금이 없고, 부채비율도 125%로 우량한 편이다. 하지만 쌍용건설을 인수하기엔 자금동원 능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남양건설은 이 같은 약점을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극복할 계획이다. 새한철강, 동아에스텍 등을 전략적 투자자(SI)로, 한국투자증권을 재무적 투자자(FI)로 각각 끌어들였다. 한투증권은 현재 삼일회계법인과 공동으로 이번 입찰의 인수자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FI 2곳과 세부조건을 놓고 막판 협상 중"이라며 "컨소시엄 주체별 인수대금의 부담 비율은 남양이 50%, SI 2곳이 20%, FI들이 30%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용건설의 예상 매각 가격(5000억원대)을 감안할 때 남양건설이 최대 3000억원 가량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남양은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외환은행과 대출 약정을 맺어두었다. 당초 지역 기반이 같은 광주은행과 손잡을 예정이었으나, 외환은행이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같은 인수전략에 대해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최근 이랜드가 무리한 차입인수를 견디지 못하고 홈에버를 인수 1년만에 토해냈기 때문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리한 차입인수를 통해 건설사 2곳이 결합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이랜드와 같은 길을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쌍용건설 노조의 '부정적 평가와 반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쌍용건설 노조는 지방업체에다 자신들보다 도급순위도 낮고 규모도 작은 남양건설에 피인수되는 것에 반감을 갖고 있다. 또한 동종업체이기에 인수 후 중복 사업부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도 마이너스 요소로 꼽힌다.

고래를 삼킨 '간 큰' 새우가 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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